정용진 초청, 8개월 만에 방한
약 20명 면담…대상은 미공개
이재용·최태원 등 참석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김포공항에 전세기로 도착한 뒤 버스에 오르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개별 면담을 가질 예정인 만큼 이목이 집중된다.
트럼프 주니어는 전세기 ‘비스타젯 9H-VJJ편’을 타고 이날 오후 6시25분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검은색 모자를 쓰고 긴소매 셔츠를 입은 그는 입국 수속을 마친 뒤 취재진을 피해 준비된 차량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트럼프 주니어는 정 회장 부부와 만찬을 하기 위해 경기 성남에 있는 정 회장 자택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인 이번 방한은 국내 재계 인사 가운데 교분이 가장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30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연쇄 단독면담을 갖는다. 전체 면담 대상자 수는 2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미국 사업 비중이 큰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전자, 철강, 방산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 총수가 트럼프 주니어와의 만남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해외 일정으로 참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해외 출장 중이어서 만남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이어서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대신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이날 방한한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둘러볼 예정이어서 면담 일정을 잡기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장에서 식품 비중이 높은 CJ그룹의 이재현 회장, 에너지 사업 확대를 모색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도 면담 가능성이 있다. 20~30대 그룹 중에선 미국과의 인공지능(AI) 협업을 추진하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의 면담이 확정된 상태다.
면담 시간은 개인당 1시간 안팎으로, 트럼프 주니어가 재계 총수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에 정·관계 인사와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