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연속 집권’ 확정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자유당이 승리한 후 오타와 선거본부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물가에 바닥 쳤던 지지율
‘반트럼프 정서’ 타고 반등
카니, 오타와서 첫 ‘배지’
EU “유대 더 강해져” 반색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캐나다 조기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반트럼프 정서에 힘입어 4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캐나다 공영 CBC방송은 이날 투표 종료 후 자유당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개표가 진행 중인 오전 6시(캐나다 동부시간) 기준 자유당은 전체 343석 가운데 168석을 차지했고, 보수당은 144석을 얻어 뒤를 이었다.
카니 총리는 승리가 확정되자 오타와에서 한 승리 연설을 통해 “미국과의 오랜 관계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 땅, 우리의 자원, 우리의 물, 우리 나라를 원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소유하기 위해 우리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여기는 캐나다이고, 우리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결정한다”며 “우리는 미국의 배신으로 인한 충격을 극복했지만, 그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주권국가 간 미래 경제 및 안보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차기 총리로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가 유력해 보였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9년째 연임하는 사이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자유당 지지율은 바닥을 향했다.
트뤼도 전 총리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미국으로 날아가 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저자세를 보인 것도 지지율 내림세를 부추겼다. 트뤼도 전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던 지난 1월6일 자유당 지지율은 20.1%, 보수당은 44.2%였다.
자유당이 기사회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며 트뤼도 전 총리를 ‘주지사’라 부르는 모욕적 발언을 했다. 캐나다는 보복관세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에 맞섰고, 금융 엘리트 카니 총리가 등판하면서 자유당 지지율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카니 총리는 경제 문제를 헤쳐온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가장 적합한 리더라고 강조하며 표심을 얻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영란은행 총재를 지냈다.
카니 총리도 이날 수도 오타와 네핀 선거구에서 당선되며 처음으로 연방의회 의원 배지를 달았다.
폴리에브 대표는 트뤼도 전 총리의 실정을 지적하며 물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대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트럼프발 무역전쟁 국면에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지도자로 안정감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캐나다의 트럼프’라는 보수적 이미지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20년간 지켜온 지역구에서 낙선하며 캐나다 정가에 충격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선 당일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캐나다의 반미 여론에 불을 지폈다.
여론조사기관 아바쿠스의 데이비드 콜레토 대표는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 이처럼 지지율이 완전히 재편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며 “트뤼도 전 총리가 얼마나 인기가 없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얼마나 큰 위협이자 ‘게임 체인저’였는지가 선거판을 뒤흔든 두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대미 관세전쟁에서 협력할 수 있는 카니 총리가 승리한 것을 반겼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엑스에서 “EU와 캐나다 간 유대는 굳건하며 더 강력해지고 있다. 우리는 함께 공동의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다자주의를 촉진하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