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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의 나라’가 멈췄다

스페인·포르투갈 ‘대정전’

기다림…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버스 안에 갇힌 시민들이 교통 마비 상태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다림…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버스 안에 갇힌 시민들이 교통 마비 상태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8시간 전력 끊긴 후 복구
교통망·이동통신 등 마비

극심한 대기 온도 변화로
고압 전선 진동 유발 추측
“유럽 최대 정전 기록 전망”

28일(현지시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교통망이 마비되고 이동통신이 두절되는 등 인프라가 멈춰 서면서 이베리아반도 전역이 큰 혼란에 빠졌다. 스페인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대규모 정전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선 급변하는 기온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날 낮 12시30분쯤 스페인 전역과 포르투갈 리스본 주변 지역, 프랑스 남부 일대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한밤에도 전력의 절반가량만 복구돼 많은 시민이 전기 없는 밤을 보내야 했지만, 날이 밝으면서 29일 18시간 만에 전력 대부분이 복구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낮 12시33분 스페인 전력망에서 5초 만에 15GW(기가와트)가 손실됐으며, 이는 전국 수요의 60%에 해당하는 전력”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정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산체스 총리는 “정전 원인에 대해 당국은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가정과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잠재적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정전을 일으킨 요인으로 기온 변화가 지목됐다. 포르투갈 국가 전력망 운영사 REN은 스페인의 극심한 기온 변화 때문에 고압전선에 “비정상적 진동”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도 대기 진동’으로 불리는 현상이 “전력 시스템 간 동기화 실패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유럽 전력망 전체에 연쇄적 교란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페인 남부 기온이 28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급격히 상승했다며 기온이 높아지면 케이블 송전 용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짚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은 스페인·포르투갈 정상들과 긴급회의를 한 후 소셜미디어 엑스에 “현재로선 사이버 공격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정전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18시간 동안 대혼란에 빠졌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통이 마비되고, 관광객과 시민 수백명이 불이 꺼진 채 멈춰 선 기차와 지하철에 갇혀 공포에 떨었다. 산체스 총리는 100대가 넘는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일부 전화와 인터넷도 먹통이 되면서 사람들은 행인을 붙잡고 휴대전화를 빌렸다. 항공편이 지연됐으며 리스본 공항 터미널이 폐쇄되기도 했다. 병원들은 수술을 연기하고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자체 발전기를 가동했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업무 도중 전력이 끊겨 거리로 나온 마드리드 시민들이 공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도로 위는 ‘무법지대’로 변했으며 극심한 교통체증이 이어졌다. 슈퍼마켓과 주유소에는 비상식량과 연료를 사두려는 행렬도 늘어섰다.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도 경기 도중 중단됐다.

29일 학교와 사무실이 다시 문을 열고 대중교통이 재개되며 혼란이 수습되는 양상이지만 정전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비중이 높은 스페인이 정전에 더 취약한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분석가인 존 캠프는 “이 지역은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라며 “재생에너지 발전기의 신뢰성과 대규모 정전 후 재가동에 대한 연구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전은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전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2003년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 약 12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해 560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인구 6000만명 규모의 스페인·포르투갈에선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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