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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한 마리에서 시작된 자산배분의 지혜

  • 이윤학 프리즘 투자자문 대표

옛날, 한 상인이 세상을 떠나며 세 아들에게 낙타 17마리를 유산으로 남겼다. 그는 낙타를 첫째 아들에게는 절반, 둘째에게는 3분의 1, 셋째에게는 9분의 1을 나누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런데 계산해보니 각각 8.5, 5.67, 1.89마리로, 살아있는 낙타를 죽일 수도, 정확하게 나눌 수도 없었다.

고민하던 아들들은 지혜로운 현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현자는 자신의 낙타 한 마리를 더해 18마리로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첫째는 9마리, 둘째는 6마리, 셋째는 2마리를 나누어 총 17마리가 되었고, 남은 한 마리는 다시 현자가 가져갔다. 간단한 조율 하나가 복잡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것이다.

이 우화는 투자 세계에서 ‘자산배분’이라는 조화로운 원칙을 떠올리게 한다. 자산을 나누는 방식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격을 설명하고, 투자 성과는 자산 선택보다 그 비중 조절로 결정됨을 시사한다. 시장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 불확실한 흐름 속에서 완벽한 종목을 찾기보다 각기 다른 자산군을 어떻게 조합하고 조정하느냐가 리스크를 관리하고 복리 수익을 만들어낸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는 “잘 분산하는 것이 잘 투자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1986년 게리 브린슨 등은 각국의 연금 포트폴리오를 연구하여, 장기수익률의 91.5%가 자산배분에 의해 결정되며, 단지 4.2%가 종목선정, 매매 타이밍은 1.7%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의 등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산 간의 구조이고, 구조는 전략적 자산배분에 의해 만들어진다.

자산배분은 단순히 주식과 채권을 섞는 일이 아니다.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군을 조합하여 리스크를 분산하고, 서로 다른 시장 조건에서 강세를 보이는 자산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배치해야 한다. 주식, 채권, 금, 원자재뿐 아니라 지역, 통화, 그리고 ‘시간’까지도 분산 대상이 된다. 특히 시간 분산은 자산배분 전략에서 자주 간과되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시간 분산의 대표적인 방법은 정액분할투자(Dollar Cost Averaging)다.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분할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 타이밍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평균 매입 단가를 안정시킨다. 이를 위해 자동화, 장기투자, 분할투자라는 세 가지 원칙에 충실한 시간배분 전략을 만든다면 감정적 판단을 배제하고 규칙 기반의 안정적인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분산과 자산배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2022년 한 해 동안 33% 하락했다가 2023년 42% 상승하는 등 단 2년 만에 70% 이상의 지수 스윙이 발생하였다. 최근 S&P500지수의 6개월 예측변동성은 41.4%에 달한다(뉴욕대, 2025년 4월24일 기준). 이런 극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시장 환경에서 단일 자산군에 의존한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상황에서 올웨더(all weather) 포트폴리오와 같은 자산배분 전략은 유효하다. 경제 상황을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의 변화에 따라 네 가지 국면으로 구분하고, 각 국면에서 강세를 보이는 자산군을 고르게 배치한다.

주식은 경제 성장기, 채권은 디플레이션기, 원자재와 금은 인플레이션기에 강세를 보인다.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며, 시장 예측 없이 구조적 균형을 통해 리스크를 통제하는 전략이다.

현자의 낙타 한 마리는 투자에서 말하는 ‘여유 자본’ ‘유동성’ 또는 ‘심리적 완충지대’일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 리스크를 조정하고, 극단적 상황에서도 조율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요소다.

투자자는 시장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과 싸움을 해야 하며,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똑똑한 예측이 아니라 더 단단한 구조이다. 자산배분은 그 구조를 만드는 첫걸음이자, 마지막 방어선이다.

해리 마코위츠는 말했다. ‘분산투자는 투자에서 유일한 공짜 점심이다.’ 이 공짜 점심은 화려하지도, 즉각적으로 보상되지도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복리처럼 쌓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윤학 프리즘 투자자문 대표

이윤학 프리즘 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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