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1년 전보다 2% 상승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6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반도체 생산 증가 영향으로 지난달 산업 생산이 2개월 연속 증가했으나 소비와 투자는 한 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내수 부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건설 실적은 1년 전보다 20% 이상 급감하면서 건설업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5년 3월 및 1분기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 지난 2월(1.0%)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1분기 기준 전산업 생산도 전기 대비 0.2% 늘어 2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반도체(13.3%)가 포함된 광공업 부문 생산이 전월보다 2.9% 늘었다. 의약품과 전자부품 생산도 각각 전월 대비 11.8%, 7.8% 증가했다. 다만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의 영향은 아직 제한적으로만 반영돼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문제는 내수 지표가 일제히 악화했다는 점이다. 서비스업 부문 생산은 전월 대비 0.3% 줄었다. 숙박 및 음식점업(-3.7%)과 부동산업(-1.6%) 등에서 전월 대비 생산이 줄었다. 분기별로 보면 장기간 이어진 내수 부진의 여파로 숙박 및 음식점업(-3.6%)과 도소매업(-1.4%)에서 8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생산이 줄었다.
소비 지표도 좋지 않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 대비 0.3% 줄어 한 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8%), 의복 등 준내구재(2.7%)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에서 판매가 8.6% 급감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소매판매가 1.5% 늘었다. 11분기 연속 감소하던 소매판매액 지수도 지난 1분기 기준 보합세를 보였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감소 추세가 일단 진정된 것으로 보이는데 전기차 보조금 집행 등 일시적인 정책 효과 때문인지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진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0.9% 떨어져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3.4%)에서 투자가 늘었지만 기계류(-2.6%)에서는 투자가 줄었다. 다만 이는 지난 2월 전월 대비 21.3% 투자가 급증한 영향도 있다.
건설업 부진은 심해졌다. 지난달 건설기성(공사실적)은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지난 2월(2.4%) 반등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줄어든 것이다. 1년 전보다는 실적이 14.7% 줄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실적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도 전년 동월 대비 8.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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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로 보면 건설경기 침체가 더 뚜렷하다. 지난해 2분기(-3.1%) 전년동기 대비 줄어든 뒤, 3분기(-9.1%)·4분기(-9.7%)·올해 1분기(-20.7%)를 거치면서 감소 폭이 커졌다. 건설수주도 지난 1분기 기준 1년 전보다 7.7% 줄었다. 과거 누적된 과잉투자 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교량 사고 등 일시적 요인이 겹쳤다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추경 등이 내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