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자료사진
올해 1분기 선방한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가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는 영업이익이 1조1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업황 회복 기대감에도 미국 관세정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쳐 향후 실적 흐름은 안갯속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85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2%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매출은 79조1405억원으로 10.05% 늘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가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25 흥행 효과로 매출 37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4월 초 발표된 잠정실적이 증권가 전망치를 웃돌면서 시장에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5조1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보다는 높았지만, 지난해 1분기(1조9100억원)나 직전 분기(2조9000억원)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메모리 사업이 3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고,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이 2조원대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분야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1분기 7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AI 필수재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아직 HBM 실적 기여도가 낮고, 비메모리 부문에선 조단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실적을 뒷받침한 건 HBM 이외의 범용 메모리 사업이다. 서버용 D램 판매가 확대되고 낸드 가격이 저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으로 추가 구매 수요가 발생했다. 미국발 관세 위험에 대비한 고객사들의 선제적인 재고 비축 수요도 한몫했다.
2분기와 하반기가 문제다. 반도체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선 빠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와 전자기기에 별도 품목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수출 제재 수위도 높이고 있다. 2분기에는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가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불안 요소가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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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분기는 고객사 부품 재고가 정상화되고 AI 수요가 지속하면서 메모리 시장 자체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견조하나 주요 국가들의 관세 정책 변화와 AI 반도체 수출 통제 등으로 하반기 수요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전반적인 실적은 하반기로 가면서 개선세가 확대되는 ‘상저하고’ 모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 개선 제품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 데 이어 6세대 ‘HBM4’ 관련 협의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기 위해 개선 제품을 개발 중이다. HBM4는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