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준법투쟁에 나선 30일 오전 한 버스 앞 유리에 ‘4월30일부터 서울시 지시에 따라 안전 운행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서현희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 협상 합의에 실패하면서 시내버스 기사들이 30일 첫차부터 ‘준법투쟁’ 돌입했다. 그러나 큰 혼잡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정류장에서 경향신문 기자가 탑승한 470번 버스의 앞 유리에는 ‘4월30일부터 서울시 지시에 따라 안전 운행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붙어있었다. 이 버스는 시속 40~45㎞로 달렸다. 승객들이 내리고 3초가량 기다린 후 문을 닫는 등 한창 바쁜 출근 시간에도 운행을 서두르진 않았다. 이날 새벽까지 임금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노조 측이 예고한 대로 저속 운행을 하는 등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준법투쟁은 업무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거나 지침·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방식의 쟁의 행위를 말한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 큰 혼잡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오전 8시쯤 서울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역 인근의 버스 정류장은 원활하게 운영됐다. 같은 시각 마포구 공덕동의 한 버스 정류장도 6~7분 간격으로 버스들이 도착해 큰 혼잡은 없었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470번 버스도 세브란스병원 정류장에서 출발한 지 약 15분 만에 서대문역에 도착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준법투쟁에 나선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역 인근의 한 버스 정류장에 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다. 김태욱 기자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도 “큰 불편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덕동에서 회현역으로 출근하는 김모씨(49)는 “지하철을 탈까 하다가 평소랑 비슷하길래 그냥 버스를 탔다”고 했다. 대학생 임주연씨(24)도 “준법투쟁을 하는지도 몰랐다”며 “버스 기사님들이 그렇게 하시는 이유도 있지 않겠나. 만약 불편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도 평소보다 붐비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는 열차 출입문마다 4~5명 정도의 승객들이 서 있었다. 강정숙씨(74)는 “준법 투쟁 소식을 알고는 있었는데 그거 때문에 더 붐비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버스 기사 유모씨(63)는 “속도도 조금 늦추고 승객들이 다 앉을 때까지 기다리다보니 새벽 시간대에는 ‘왜 이리 천천히 가냐’며 짜증 내는 승객도 있긴 했다”며 “출근 시간대에는 배차 간격이 조금 커지긴 하지만 큰 차이가 없어 기사들끼리는 ‘(준법투쟁) 효과가 있을까’ 걱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버스노조가 쟁의행위 방식으로 준법 운행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29일 오후 5시부터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관련 조정 회의를 했다. 그러나 30일 오전 2시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