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누구나지회’로 뭉친 취준생·프리랜서·자영업자···광장 청년은 왜 ‘노조원’이 됐나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취업준비생·프리랜서·자영업자·대학원생 등도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신씨는 "기존 노조들이 비정규직은 가입하지 못하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뉘어 투쟁하는 것을 볼 때 아쉬움을 느꼈다"며 "누구나지회가 이런 구분을 없애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화는 "누구든 노동 시장에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며 "누구나지회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누구나지회’로 뭉친 취준생·프리랜서·자영업자···광장 청년은 왜 ‘노조원’이 됐나

‘5인 미만’ 사업장부터 편의점주까지

기업·산업 등 떠나 누구나 가입 가능

노동시장서 부당 대우 받은 경험 공유

장벽 낮추고 사회적 연대 위주로 활동

‘남성·정규직 위주’ 한계 보완 기대도

누구나지회 조합원 시화(활동명·29·왼쪽)가 지난 1월 비상행동이 주최한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1박2일 행진’ 집회의 무대에 올라서 발언하는 모습. 본인 제공

누구나지회 조합원 시화(활동명·29·왼쪽)가 지난 1월 비상행동이 주최한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1박2일 행진’ 집회의 무대에 올라서 발언하는 모습. 본인 제공

취업준비생·프리랜서·자영업자·대학원생 등도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민주일반노조 산하 ‘누구나지회’다. 기존의 기업·산업별 노조에 가입하기 어려웠던 사람들도 언제든지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조합원은 450여명이다. 상당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 광장에서 연대했던 시민들이다. 이들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도 연대는 필요하다”며 가입했다고 한다.

광장에서 만나 노조로···누구나지회 가입 계기가 된 탄핵 집회 광장

누구나지회 조합원 시화가 탄핵 촉구 집회 광장에서 들었던 깃발. 시화 제공

누구나지회 조합원 시화가 탄핵 촉구 집회 광장에서 들었던 깃발. 시화 제공

누구나지회에서 활동하는 시화(활동명·29), 조수빈씨(28), 신현수씨(26)는 3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노동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우리는 탄핵 집회 광장에서 만난 사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화는 이번 탄핵 집회 광장에서는 ‘맞말인데 혐오 표현이 섞여 화들짝 놀라 RT(공유) 취소한 트위터리안’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집회에 나섰다가 누구나지회에 가입했다. 원래 그의 관심사는 ‘여성 혐오’였다.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여성 혐오·차별을 인지하며 광장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그를 탄핵 집회까지 이끌었고 누구나지회를 접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조씨도 여성 문제로 광장에 나서곤 했다. 광장에서도 성소수자 등 소수자들이 배제된다는 생각에 한동안 광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번 광장은 달랐다. 무대에 오른 사람은 당당히 자신을 드러냈다. 다시 돌아온 광장에서 그는 누구나지회를 접했다.

신씨는 이번 탄핵 집회 때 처음 광장에 나왔다. 노조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안전하게 있으려면 노조 깃발 아래에 있으면 된다’는 한 온라인 게시물의 권유를 따라 무작정 노조 깃발을 찾았다. 신씨는 “노조원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도 한 번 가입해볼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누구나지회 조합원 조수빈씨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전농의 탄핵 촉구 집회에서 철야집회를 한 뒤 경복궁으로 이동해 거리에 누워있다. 조씨 제공

누구나지회 조합원 조수빈씨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전농의 탄핵 촉구 집회에서 철야집회를 한 뒤 경복궁으로 이동해 거리에 누워있다. 조씨 제공

“하는 일은 달라도 부당한 경험 한 번쯤은 있으니까요”···기업·업종을 넘어선 연대

통상 같은 기업·업종으로 구성되는 노조와 달리 누구나지회 조합원들은 하는 일이 제각각이다. 대학원생·취업준비생 등 노동자로 여겨지지 않았던 이들도 가입할 수 있다. 시화는 취업준비생으로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고 있다. 조씨는 3년가량 웹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현재는 일을 쉬고 있다. 신씨는 5년 차 편의점 점주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모두 노동시장에서 부당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 시화는 “프로그래밍 업계에선 채용 공고에 수습 기간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채용·퇴사 과정이 왜 노동문제로 여겨지지 않는지 항상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웹디자이너로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며 자신의 분야가 아닌 일까지 떠맡곤 했다. 노동자로서의 부당함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조씨가 일하는 사업장에는 노조가 없었다. 그는 “‘노조에 가입하려면 대기업부터 가야 하나’라고 생각하곤 했다”고 말했다. 신씨도 편의점을 운영하며 본사가 불리한 계약을 강요해도 점주들끼리 연대가 어려운 점이 아쉬웠다. 그는 “누구나지회라면 이러한 문제를 공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누구나지회 신현수씨(오른쪽 두번째)가 비상행동 측이 주최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신씨 제공

누구나지회 신현수씨(오른쪽 두번째)가 비상행동 측이 주최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신씨 제공

기존 노조가 임금·단체 협약을 주로 하는데 반해 누구나지회는 사회적 연대 활동이 중심이다. 조씨는 “특정 사업장에 국한되지 않고 노조가 필요하지만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 연대할 수 있다”며 “또 노동 안건뿐 아니라 여성·소수자·장애인 문제에도 연대한다”고 말했다. 시화는 “아직 신생 노조라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지만 기존 노조와 달리 가입 장벽을 낮추고 서로 연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기존 노조에 포섭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인 만큼 남성 간부·정규직 중심의 기존 노조 한계 역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조씨는 “누구나지회 내에서는 성별을 지칭하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고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씨는 “기존 노조들이 비정규직은 가입하지 못하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뉘어 투쟁하는 것을 볼 때 아쉬움을 느꼈다”며 “누구나지회가 이런 구분을 없애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화는 “누구든 노동 시장에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며 “누구나지회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