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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방법

학회 참석차 일본 도쿄 인근 요코하마에 와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이라는, 어떻게 하면 인간이 기술을 더 잘 써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들이 한가득 공개되는 학술 축제다. 6000명 가까운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데, 아무래도 가장 인기가 많은 세션은 인공지능(AI)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곳들이다. 어느 뾰족한 지점에서 AI를 쓰는 것이 기존 방법론에 비해 더 나을지를 살펴보는 세션마다 인파가 몰렸다.

한 세션에서, 미국 미시간대에서 온 연구원 한 명과 나란히 앉았다. 그는 AI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소셜 플랫폼의 접근성을 높이는 상호작용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며칠 전 도쿄역에서 찍은 영상이라며 파일 하나를 보여줬다. 영상 속에서는 시각장애인 한 명이 바닥을 지팡이로 툭툭 짚으며 길을 가고 있었다. 놀랍게도 나 또한 동일한 인물을 요코하마역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내 눈에는 점자블록이 강렬하게 와닿았었다. 블록판들이 어느 하나 파손 없이 일관성 있게 참 잘 이어져 있구나, 하고 생각한 것이 전부였다.

그 연구원의 눈에는 조금 더 다른 지점이 보였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분주한 걸로 유명한 도쿄역에서, 그 어떠한 방해물 없이 홀로 이동이 가능한 모습에 무척 놀라웠다고 했다. 우리는 센서를 주렁주렁 단 지팡이를 개발하는 것처럼 어떻게든 기술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어떤 문제는 문화와 제도로 더없이 잘 풀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세상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법과 접근법을 두고, 기술과 문화 사이에서 우리는 한참을 논의했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 기술들은 또 다른 지평을 펼쳐주었다. 학회장 데모에 나온 일본의 한 디바이스 기업 전시가 눈에 띄었다. 그 회사에선 인간·로봇 상호작용을 선보이고 있었는데, 사실 이렇게 사람의 손과 팔 동작을 실시간으로 모방해 움직이는 로봇은 이미 그 기술 수준이 퍽 많이 올라와 있어서 그저 지나칠 뻔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정말 작은 수준의 움직임만으로도 로봇 팔 움직임의 각도를 크게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돼 있었다. 내 팔을 슬쩍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모방 로봇의 팔은 그의 머리 위까지 올릴 수 있었다.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사람들의 육체적 피로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인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큰 각도로 지속해 움직이기 어려운 지체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장을 열어줄 수 있겠다 싶었다. 사회적 연결의 새로운 그림들이 보였다.

도쿄에서 운영 중인 한 로봇 카페도 로봇 그 자체보다 다른 이유로 유명하다.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사람들, 집 밖에 나오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 대면 상호작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그 로봇의 뒤에 있다. 그래서 카페 측은 로봇을 AI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한다. 카페에 오는 손님들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로봇을 통해 그 뒤에 있는 사람들과 상호작용한다. 로봇 그 자체가 매개인 것이다.

기술로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개념은 사실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담론이 기술 자체에 매몰돼 있으면 잊힐 뿐이다. 모두가 집착하고 있는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고,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러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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