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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

트럼프의 첫 100일은 가히 혁명적이다. 지지층에게는 결단력이지만, 시장에는 불안 요소다. 높아지던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가 트럼프 취임 이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누구에게서 해방된다는 걸까. 우방과 연대하지 않고 어떻게 중국을 봉쇄할까. 트럼프의 언행에 일희일비한다면 쉬운 상대가 된다. 혼돈의 관세전쟁을 바라보는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 문제의 원인은 미국 내부에 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표되는 트럼피즘도 경제사회적 모순에서 생겨났다. 1990년대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 기반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불평등이 커지고 근로 중산층이 무너졌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치가 대중의 분노에 영합해 포퓰리즘을 강화했다. 7개 내외의 경합주가 대선을 좌우하는 정치 현실도 제조업에 대한 과도한 편향을 야기했다. 빛과 어둠으로 쪼개진 미국 사회의 아픔처럼 관세전쟁도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정책 이면에 자리한 정치, 그 정치를 움직이는 경제사회적 동력을 생각하면 그렇다.

둘째, 미국의 문제는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로 집약된다. 트럼프는 1기 때와 달리 취임과 동시에 관세전쟁을 시작했다. 물가와 금융시장에 충격이 있더라도 그건 이행비용이고, 무역적자 감소, 제조업 부흥, 재정수입 증가 효과가 곧 나타날 거라고 주장한다. 관세에 이어 환율전쟁을 예비하고 있을 것이다. 일명 ‘마러라고 합의’를 통해 달러 고평가를 완화하는 조치를 시도할 수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는 정부지출 및 조직 축소에 이어 저금리를 유도할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거나 파월 의장 후임에 친트럼프 인사를 임명한다면, 미국 자산 신뢰 저하와 인플레 기대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우방국에 초장기 국채를 강매하는 방안이 스티븐 미런 경제정책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의해 제안되고 있다. 이때도 관세는 유효한 압박 수단이 될 것이다.

셋째, 중국은 굴복할까. 4월 초중반의 주가 하락, 미국채 매도, 달러 약세는 이례적이다. 시장 불안 시 주식과 국채 가격은 역방향으로 움직이고, 국채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강세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불안심리가 높고 달러 자산의 신뢰에 의문이 생겼음을 나타낸다. 부채가 걱정되는 시대에는 채권시장이 주목받는다. 달러 패권은 미국이 믿을 수 있는 파트너임을 전제로 한다. 상호관세 유예, 파월 의장 해임설 부인도 시장 불안에 트럼프가 민감하게 반응함을 보여준다. 누구든 시장을 상대로는 이기기 어렵다. 중국은 끝까지 간다는 자세다. 장기간의 수출통제 상황에서 딥시크, 비야디(BYD), 화웨이 등 생존 사례를 만들었고, ‘치욕의 100년’을 넘어 국가 위상을 회복한다는 목표 아래 내부 결속을 강화해왔다. 중국은 국내적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한도가 민주국가와 다르다. 막판에 미·중 간 극적 타결이 될 수 있지만, 중국의 패배 인정으로 게임이 끝날 것 같지 않다.

넷째, 미국은 언제쯤 강공을 멈출까. 관세폭탄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 문제의 뿌리는 미국 내 경제사회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신에게서 소명을 받았다고 한다. 강하게 때리기-번복 또는 유예-다시 때리기는 트럼프와 한 번에 최종 타결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내년 중간선거와 지지율이 변수지만, 트럼프의 광인(狂人) 전략, 약한 모습 보이지 않기, 물러서지 않기도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는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들어 공포감을 갖게 하는 것이 최상의 협상술이라고 인식한다. 틱톡, US스틸 건에서 보듯, 트럼프식 거래주의적 유연성도 계속될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이 자국 이익 우선으로 돌아선 현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트럼프의 언행에 놀라 서두르는 것은 좋지 않다. 지난 3월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때 트럼프 발언에 유의하자. “젤렌스키 당신에게는 카드가 없다.”

우리의 카드가 중요하다. 미 제조업 재건의 파트너로서 조선·원자력·바이오가, 중국 견제에 필요한 군사력·반도체·배터리·방산이 카드가 될 수 있다. 규제성 법령 조정 등 소극 조치와 대미 투자, 공급망 협력 등 적극 조치를 패키지로 짤 수 있다. 미국 없는 자유무역체제 구상에 대해서도 실용적 대응이 필요하다. 미·중 패권 경쟁이 중견 통상국가인 우리에게 실존적 위협임에 분명하다. 외부의 도전에는 내부 개혁으로 맞서야 한다. 전략산업 경쟁력 제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 빠르고 통합적인 정책 결정 능력이 우리의 카드를 뒷받침할 것이다.

이호승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호승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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