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행, 미 재무장관 발언 전 “협의 기본틀 합의” 말해
민주당 “국익 걸린 협상을 출마 장사 수단 삼아” 비판
한, 총리실 승진인사 단행…오늘 사퇴 뒤 여의도 캠프로

총리직 사퇴 전날까지 ‘외교 활동’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오른쪽)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한 중인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가 임박한 시점에 ‘한국 정부가 관세 협상 성과를 대선에 활용하려 한다’는 취지의 미국 재무장관 발언이 나와 30일 파장이 확산했다. 한 권한대행은 1일 공직을 사퇴하고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상을 출마 장사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한국의 6·3 대선, 일본의 7월 참의원 선거 등으로 관세 협상 타결이 늦어질 가능성을 두고 “이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선거 전에 무역 협상 틀을 마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그들이 실제 협상 테이블로 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 선거운동을 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베선트 장관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 국내용으로 얘기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미국 내부용 메시지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이 관세 협상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대선 출마를 준비해온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관세 협상 방침을 밝히고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말하는 등 출마론을 스스로 확산해왔다. 그는 지난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는 ‘협상 추진의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며 반박하면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또 전날 국무회의에서 한·미 경제·통상수장 간 협의 결과에 대해 “향후 협의의 ‘기본 틀’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선거 전에 협상 틀을 마련하기를 바란다는 베선트 장관 발언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권한대행이 관세 협상 결과를 도출한 뒤 대선에서 주요 성과로 삼으려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해왔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익이 걸린 관세 협상을 자기 출마를 위한 장사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향해 베선트 장관의 발언을 지적하며 “사실이면 한 권한대행은 매국노”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1일 공직 사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대선 출마는 2일로 예정돼 있다. 한 권한대행 측은 “상징성이 큰 곳에서 출마 선언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한 권한대행 사퇴 즉시 국정운영 책임자는 최 부총리가 된다.
한 권한대행의 핵심 참모로 분류되는 총리실의 박경은 정무실장, 김수혜 공보실장 등도 한 권한대행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손영택 비서실장은 지난 29일자로 사직한 뒤 한 권한대행 출마와 캠프 가동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의 캠프 사무실은 여의도 맨하탄21 빌딩에 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