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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불투명했던 보따리 대신 책을 담은 채 빛을 내뿜는 투명한 보따리가 자리한다.

형형색색 빛이 나는 플라스틱 책들도 진열돼 있다.

'책 모양 플라스틱 조형물'만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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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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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책’으로 보는 강애란의 40년 예술 세계

입력 2025.05.01 15:05

수정 2025.05.0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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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승민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강애란의 2025년 작 ‘라이팅 북-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수림문화재단 제공

강애란의 2025년 작 ‘라이팅 북-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수림문화재단 제공

책이 빛난다. 하지만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책들은 진열장에 우두커니 놓여있지만은 않았다. 책은 말하듯 스스로에게 새겨진 이야기를 빛과 영상으로 풀어놓는다.

서울 종로구 수림큐브에서 지난달 17일부터 열리고 있는 ‘사유하는 책, 빛의 서재 : 강애란 1985-2025’에서 나타나는 광경들이다. 유아트랩서울이 주최·주관하고 수림문화재단이 협력한 이번 전시는 작가 강애란(65)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총망라한 회고전 성격을 띤다.

초창기에 만든 석판화와 보따리 모양 조각을 빼면 전시를 아우르는 대상은 ‘책’이다. 사실 보따리도 책가방이 생기기 이전엔 등하굣길 책을 담아두는 도구였다. 금속 등으로 주조된 보따리 모양 조각들은 책을 싼 뒤 매듭을 지은 보따리를 닮았다. 지난달 29일 전시장에서 만난 강애란은 “보따리는 물건이기도 하지만 ‘생각주머니’”라며 “생각을 하려면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책이 있어야 한다. 보따리가 책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강애란의 1998년 작 ‘쿨 마인드’ 연작. 수림문화재단 제공

강애란의 1998년 작 ‘쿨 마인드’ 연작. 수림문화재단 제공

발걸음을 옮기면 다채롭게 변주된 책의 공간이 나타난다. 불투명했던 보따리 대신 책을 담은 채 빛을 내뿜는 투명한 보따리가 자리한다. 형형색색 빛이 나는 플라스틱 책들도 진열돼 있다.

‘책 모양 플라스틱 조형물’만 있는 게 아니다. 거울이 붙은 대형 책 모양 조형물 ‘라이팅 북’(Lighting Book)에서는 관객이 선택한 책의 주요한 구절이 음성과 자막으로 전시장에 표출된다. 가상현실(VR) 배경에서 책의 구절을 만나는 ‘The Contemplation of Books, The Empathy of Light’도 눈길을 끈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책이라는 공간 밖에서까지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강애란의 2025년 작 ‘라이팅 북-독립운동 여성과 기념비적인 여성’. 수림문화재단 제공

강애란의 2025년 작 ‘라이팅 북-독립운동 여성과 기념비적인 여성’. 수림문화재단 제공

전시장 3층에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발자취를 남긴 여성들의 얼굴이 플라스틱 책으로 진열돼 있다. 독립운동가 유관순,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무용가 최승희부터 일본군 위안부까지 다양하다. ‘여성의 삶’은 강애란이 책만큼 오랜 시간을 쏟은 주제다. 배우고 생각하기 위해 책 보따리를 이고 지고 학교로 갔던 옛 여성들의 이미지는, 강애란이 왜 책과 여성에 천착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강애란은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서양화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단에 선 그는 남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최신 기술을 익히고 작품에도 적용해야 했다고 한다. 그에게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에 그치지 않고, 사유의 도구이면서도 감각을 깨우는 예술적 장치였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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