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투자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후 주요국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의 고율 관세전쟁이 예상보다 강했고 일관성도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 1.1%에서 0.9%로 내렸다. 트럼프와 ‘전면전’ 중인 중국은 지난 3월 양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내놨지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그보다 낮을 것으로 본다. 주요 대미 수출국인 한국은 기존 1.9%에서 1.5%로, 인도는 7.2%에서 6.4%로, 대만은 3.29%에서 3.14%로 줄줄이 내려잡았다. 전 세계가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리세션)인 ‘트럼프세션’ 경보를 울린 셈이다.
미 상무부가 지난달 30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보다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의 역성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선진국 중 나홀로 성장하던 미국 경제가 트럼프 2기가 시작하자마자 침체로 돌아섰다. 트럼프발 관세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재고 축적을 위해 수입을 늘려 무역수지가 악화된 이유가 컸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역성장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미국 경제가 ‘트럼프세션’으로 향하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길어질 것이란 상반된 전망도 있다.
트럼프는 “이번, 다음 분기는 바이든 경제”라며 역성장이 조 바이든 정부 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세 시행으로)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으로 오고 있다. 우리 경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현실은 우울하다. 취임 100일을 막 지났지만 미국의 주가·국채·달러화 가치는 ‘트리플 약세’를 보이고, 물가는 치솟고,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은 3.5% 늘어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지율도 뚝 떨어졌다. 트럼프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전쟁을 걸었지만, 정작 부메랑을 먼저 맞은 건 미국이 되어버렸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빠른 시일 내 관세전쟁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다. 한국을 향한 압박도 더욱 커질 것이다. 예측 가능한 위험이다. 정권 교체기 한국 정부는 트럼프 속도전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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