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응답자 44% “현재 실업”
건폭몰이 전보다 10%P 올라
사측, 노조 배척에 탈퇴 급증
단협 없어 임금 삭감 등 겪어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 이후 건설노동자 실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서 신규 착공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정부의 ‘건폭몰이’ 이후 노동 환경이 열악해진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부터 건설노동자를 ‘건폭(건설노조+조폭)’이라 멸칭하며 경찰 등을 앞세워 대대적인 단속을 했고 2년 전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분신해 숨졌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일 ‘양회동 열사 2주기’를 맞아 조합원 2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4.6%에 달하는 903명이 “현재 실업 중”이라고 밝혔다.
건폭몰이 직후인 2023년 9월 건설노조가 실시한 조사(32.8%)보다 실업률이 1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서울, 경기, 충남, 강원, 대구·경북 지역은 고용률보다 실업률이 더 높았다.
현재 실업인 조합원 중 절반 이상인 59.8%는 ‘6개월 미만’ 일을 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5.4%는 ‘16개월 이상’ 실업 상태였다. 실업으로 인해 소득이 월 400만원 감소했다는 응답이 30.6%로 가장 많았다.
심재순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철근팀장은 2023년 윤석열 정부가 ‘건폭몰이’를 시작한 뒤 해고됐다.
심 팀장은 당시 경기 부천 소사역세권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협력업체 철근팀 소속으로 일하고 있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인 건설 현장에선 노조가 하청인 전문건설업체와 단체협약(단협)을 체결해 조합원의 고용과 임금, 노동환경 등을 보장한다. 이 협력업체에도 형틀, 철근, 해체, 시스템 등 4개 직종에 건설노조 조합원이 고용됐다.
심 팀장은 “건폭몰이 탄압이 시작되자 사측이 ‘노조를 탈퇴하면 계속 쓰고 아니면 나가라’고 회유·압박하기 시작해 형틀, 해체, 시스템 직종에서 노조를 탈퇴했다”며 “철근팀만 거절하자 근로계약서를 한 달 단위로 쓰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자 철근팀 18명 전원이 ‘계약종료’로 해고됐다”고 했다.
해고 이후 노동위원회 등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등 8개월간 투쟁해 사측과 형틀, 철근 등 일부 직종에 25명을 재고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심 팀장은 재고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심 팀장은 10개월간 실업 상태에 놓였다. 이후 작은 건설 현장에서 4개월 정도 일하다 현재는 노조와 단협을 맺지 않은 일반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단협을 맺지 않은 사업장의 노동 환경은 열악하다. 임금도 단협으로 정해진 금액보다 5만~6만원 낮고 사측에 이를 항의해도 ‘언제든 사람은 구할 수 있으니 나가라’는 식이다 보니 문제 제기도 할 수 없다.
심 팀장은 “하도급들이 ‘노조원을 쓰면 적자 난다’고 생각하다 보니 노조원이라고 밝히면 일할 수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이전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조합원은 6500명대에 달했지만 현재는 700~800명에 불과하다.
현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단협을 적용받지 못하거나, 노조원 신분을 숨긴 채 구직한 경우가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를 통해 확보한 노동 조건을 포기해서라도 일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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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의 조합원(58.5%)은 정부의 탄압 이후 일당 삭감, 노동시간 증가 등 노동 환경이 열악해졌다고 답했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장기적인 실업 사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