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원 규모, 2029년 건설 착수해 2036년 상업운전 시작 목표
체코 자금조달력·웨스팅하우스와 계약·현지 기업 참여율 등
‘최종 수익성’ 의문 커…계약 내용·과정 등 정보공개 필요 지적

한국수력원자력이 총사업비 26조원으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정부나 업계는 ‘16년 만의 원전 수출 쾌거’라고 자평하지만, 전문가들은 체코의 지불 여력,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 조건 등을 감안하면 “장밋빛 사업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한수원은 오는 7일 체코 프라하에서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계약서에 서명한다.
이번 사업은 4기로 구성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에 1000㎿(메가와트)급 2기(5·6호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2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향후 테멜린 원전 2기 건설 계획도 확정되면 이번 계약 조건에 따라 한수원은 또 우선협상 자격을 얻는다.
2020년 체코 정부가 원전 건설 계획을 밝힌 지 5년여 만에 ‘최종 수주’하기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21년 한국은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정비) 등으로 ‘팀코리아’를 꾸려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입찰에서 탈락한 경쟁 상대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이의 제기로 최종 계약이 보류됐다. 한수원은 자사의 기술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하고, 비밀에 부쳐진 ‘모종의 합의’를 맺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를 따냈지만, 거액의 사업비만으로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기엔 업계 안팎에 우려가 적지 않다.
일단 체코 정부의 자금조달 능력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사업비가 정부 예산의 20%에 가까워 체코가 어떻게 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식재산권 분쟁 중단 ‘대가’로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계약도 문제다. 거액의 기술료 지급과 일감 넘겨주기, 핵연료봉 공급, 한국 측의 유럽시장 철수 등을 합의했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지 기업의 참여율(현지화율) 역시 주요 변수다. 체코 정부는 핵심 기자재를 포함한 현지화율을 60%까지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 기업의 일감과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수원은 이 같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안다”며 “26조원이라는 사업비를 감안하면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 현지화율 등 장애물이 있어도 우리에게 큰 수익이 날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바라카 원전 사업 ‘결말’을 들어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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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한전 자료 등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UAE 원전 사업의 수익률은 0.3%대로 보이는데 한수원이 한전으로부터 1조5000억원대 공사비를 정산받지 못했다고 소송을 걸었다”며 “한전 입장에서 그 돈을 주고 나면 최종적으로 ‘손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원전 사업은 설계 변경 등 리스크가 크다. 공기업이 뛰어들었다가 적자가 나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일정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