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4천억에 검찰 특경비 복원…산불 대응·임대주택 예산 증액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민생 지원과 산불 피해 회복을 위한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 1일 합의했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9일 만이다. 민주당이 요구해온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새로 4000억원 반영하는 등 정부안(12조2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 증액된 규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이 같은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6·3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일단 민생 관련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게 됐다.
추경안에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이 새로 4000억원 반영됐다.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힘을 실어온 사업으로, 당초 정부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1조원 증액안을 단독 의결했으나, 최종 추경안에는 이보다 줄어든 규모로 반영됐다.
산불 피해 지역 및 농수산물 할인 지원 예산은 2000억원 늘었다. 산불 예방을 위해 고정익 비행기 물탱크 설치 예산 80억원, 산림청 헬기 열화상카메라 설치 예산 50억원, 전통사찰의 소방시설 설치 예산 20억원 등을 증액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주택과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8000억원 증액됐다. 최근 부진한 건설 경기를 고려한 것이라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설명했다. 대학 국가장학금 예산은 1157억원, 여름철 수해 대비 예산은 300억원씩 각각 늘어났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본예산에서 전액 삭감됐던 법무부 소관 검찰 특정활동경비와 감사원 특수활동비가 복원된 것도 눈에 띈다. 검찰 특경비는 마약·딥페이크 성범죄 등 수사비 500억원이, 감사원 활동비는 45억원이 각각 복원됐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민주당이 이들 경비를 전액 삭감하고 예산안을 처리하자 “정부안대로 되돌려 놓겠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민주당은 투명한 집행과 증빙을 전제로 한 복구라고 강조했다.
양당은 추경안 규모 등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민주당은 추경을 확대하자고 했으나, 국민의힘은 재정 여력을 아껴야 한다며 맞섰다.
지역화폐·특활비 예산 서로 양보, 전격 타결
양당은 전날 예산결산위원회 소위원회를 가동해 밤늦게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절충안 마련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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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하던 협상은 양측이 지역사랑상품권 예산과 권력기관 특활비 예산 문제를 서로 양보하면서 이날 오전 전격 합의를 이뤘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추경안 합의문 서명식에서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에는 부족하지만,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4000억원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합의해준 국민의힘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후 자료를 내고 “이번 추경으로는 민생회복과 경제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에 많이 부족하다”며 “향후 특단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며 이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할 경우 이 후보가 최우선 과제로 거론한 민생 추경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경안은) 국가채권을 발행해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돈”이라며 “정부와 국민의힘은 가급적 이 빚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추경안을 마련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