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대법원, 전례 없는 ‘초스피드 판결’…‘조희대 의지 반영’ 정치 행위 논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대법원, 전례 없는 ‘초스피드 판결’…‘조희대 의지 반영’ 정치 행위 논란

“1·2심 지연, 사법 불신 키워”
‘6·3·3 원칙’ 강조하며 해명

‘반대’ 이흥구·오경미 대법관
“신속이 능사 아냐” 우려 표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재판 진행과 선고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대법원은 선거법 위반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규정이 있고, 1·2심의 엇갈린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속도를 냈다며 충실하게 심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유력 후보의 사건을 통상적인 형사 사건과 달리 ‘초스피드’로 판결함에 따라 사실상 정치적 행위를 한 것이란 평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부 대법관도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올린 뒤 당일 합의기일을 진행했다. 대법원은 이틀 뒤 한 번 더 합의기일을 연 뒤 일주일 만에 바로 선고를 내렸다. 이로써 항소심 선고 36일 만에 상고심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유례없이 빠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지적에 대해 대법원은 “이 사건은 1심 공소 제기일부터 대법원 상고 접수일까지 약 2년6개월이 걸렸다”며 “1·2심에서의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 때문에 혼란과 사법 불신이 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사건 접수 이후 신속하게 사실관계와 쟁점 파악에 착수했다”며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해 이미 축적된 많은 판례 등을 검토하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신속하고 충실하게 심리했다”고 설명했다. 신속하게 진행하긴 했지만 충실하게 심리했다는 취지다.

신속 심리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해 외국 사례까지 동원했다. 대법원은 “미국 연방대법원도 2000년 대선 직후 재검표 관련 논란이 벌어지자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대선을 목전에 두고 전례 없는 ‘초고속 심리’로 파기환송 결정을 하면서 사법기관이 사실상 정치적 행위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 대법원장은 선거법 사건 재판은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상 ‘6·3·3 규정’을 강조해왔다. 이는 강행규정이지만, 어길 시 처벌조항이 없어 법원 실무 문제나 정치권 일정에 따라 준수하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 3월26일 항소심 판결 후 36일 만에 대법원 선고가 나와 조 대법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대법관 사이에서도 신속한 판결을 두고 이견이 노출됐다. 파기환송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 이야기’를 인용하며 “재판의 신속이 절대적 가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두 대법관은 “설득의 승자인 해님의 무기는 온기와 시간”이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의 요체인 설득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대법관은 “신속한 재판이 지나쳐 충실한 재판의 이념이 무너지거나 충실한 재판을 너무 강조해 재판의 신속성이 저해되는 경우 모두, 법원과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법관들 사이에서 충분한 검토와 토론, 설득과 숙고가 이뤄졌다는 상호 양해와 공감대를 이룰 때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의 비등점을 찾아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경환·신숙희·박영재·이숙연·마용주 대법관은 보충의견에서 “달력상 날짜의 총량만이 충실한 심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됐다”고 반박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