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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는 블록딜’에 개미들 부글부글···‘사전공시제’ 면제 범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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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이 한화오션 지분을 대거 매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화오션 주가 상승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개미' 주주들은 국책은행의 예고 없는 대량 매도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그러다 산업은행이 한화오션 보통주 130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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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는 블록딜’에 개미들 부글부글···‘사전공시제’ 면제 범위 논란

한화오션이 생산력 향상을 위해 도입한 부유식 독(건조공간)과 6500t급 초대형 해상 크레인.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생산력 향상을 위해 도입한 부유식 독(건조공간)과 6500t급 초대형 해상 크레인. 한화오션 제공

한국산업은행이 한화오션 지분을 대거 매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화오션 주가 상승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개미’ 주주들은 국책은행의 예고 없는 대량 매도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소액주주 보호와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사전공시제’ 면제 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대표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수혜주’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 이후 한국의 조선업을 콕 찝어 협력 대상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전 2만7800원이었던 한화오션 주가는 지난달 27일 8만99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그러다 산업은행이 한화오션 보통주 1300만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산은이 블록딜 수요예측에 나선 지난 28일 8만9300원이었던 주가는 다음날인 29일 7만8500원으로 주저앉으며, 하루만에 12.09%가 떨어졌다. 매각 금액은 8만1650억원, 매각 자금은 총 1조615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한화오션 지분율은 기존 19.5%에서 15.2%로 낮아졌다.

산업은행이 블록딜에 나선 건 지금이 공적 자금을 회수할 ‘적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 전신)의 출자전환으로 지분을 획득한 후 25년간 지분을 장기보유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올라 차익 실현 폭이 커졌고, 위험자본 관리 비율도 한계에 이르러 자본적정성 관리 차원에서도 주식을 팔아야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에 대거 한화오션 물량이 풀리면서 단기 충격이 불가피해졌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이 고점 신호로 작용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자 개인 투자자의 커뮤니티에선 “국책은행이 개미들을 희생양 삼았다” “국장은 마음 놓을 만하면 악재가 터진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시간외 대량매매로부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라는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상장 회사 임원이나 주요 주주가 발행 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을 팔 때, 매각 30일 전 사전 공시하도록 한 제도다. 기존에는 매각 후 5일 이내 공시하면 됐지만 상장 한달만에 주요 경영진이 주식을 갑자기 대거 매도한 2021년 ‘카카오페이 사태’를 계기로 규정이 강화됐다.

문제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과 은행, 보험사, 증권사, 연기금 등 재무적 투자자의 경우 사전공시 의무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전략적 투자자와 달리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미공개 주요 정보를 이용한 내부거래를 할 가능성이 낮아 면제 대상으로 분류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같은 재무적 투자자는 내부 통제 수준이 높고 투자 전략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국회 지적이 있어 이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넓은 면제 범위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블록딜을 누가 하든 그로 인한 시장 충격은 정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똑같이 충격이 크다는 점에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전공시제도의 목적은 소액주주 보호와 시장 예측 가능성 제고”라며 “예외가 너무 많으면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므로 면제 대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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