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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산업’ 노동자들의 삶

죽은 다음

희정 지음 한겨레출판 | 388쪽 | 2만2000원

[책과 삶]‘죽음 산업’ 노동자들의 삶

장례식장만큼 서럽게 불평등한 곳이 있을까. 망자들이 생전 누린 부의 차이는 빈소 규모, 화환, 조문객, 장례용품에서까지 ‘채점표’처럼 드러난다. 외롭고, 비참하고, 갑작스러운 죽음들은 대개 납골당의 가장 낮은 층에 입주한다. ‘죽음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데, 죽은 다음의 풍경은 기울어진 이승의 거울이다.

철저하게 상업화된 이곳에도 인간적인 것이 남아 있을까.

끈덕진 관찰로 ‘일하는 몸’을 기록해 온 르포작가 희정이 이번에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탁월한 인터뷰를 보여줬던 전작들보다 이 책은 한발 더 들어간다. 희정은 직접 장례지도사 자격증 수업을 듣고 장례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염습실에서 시신을 마주하고 시신 복원사, 상여꾼, 화장기사 등 각 분야 장례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상주나 조문객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장례의 진짜 풍경이 섬세하고 단단한 필체로 그려진다.

죽음은 더 이상 존엄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았다. 이승이 그렇기 때문이리라. 집에서 죽는 일은 점점 줄고, 요양원-장례식장의 컨베이어벨트로 생을 마치는 경로가 표준화됐다. 장례 대기자가 많아 쫓기듯 진행되는 장례 절차는 공장의 속도감을 닮아 서글프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의 장례 첫 단계부터 내쳐진다. 무연고 사망자나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는 여전히 고되다.

그런 장례 현장에서도 인간의 얼굴은 기어이 드러난다. 장례지도사들은 시신의 입술이 말랐다며 쓰던 립밤을 발라주고, 망자의 귀에 좋은 말을 계속 들려준다. 사후 경직된 팔다리를 펴주기 위해 땀을 뻘뻘 흘려가며 관절을 마사지한다. “대충 하면 내가 마음이 안 편해요.” 사회적 편견 속에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했던 노동자들은 이때 긍지로 빛난다.

책은 생전장례식, 공영장례, 탈가부장장례 등 대안장례부터 해외의 여러 장례 문화를 함께 소개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버렸든, 우리는 모든 이가 평등하게 존엄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존재다. 그 고민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과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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