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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으로 연명하는 무선의 함정…컨버터·뜨개질로 되살린 유선의 미덕

  • 모호연
[수리하는 생활]선으로 연명하는 무선의 함정…컨버터·뜨개질로 되살린 유선의 미덕

바야흐로 ‘무선’의 시대, 블루투스와 충전식 전자기기가 지배하는 세계다. 체감상으로 대중교통이나 카페 등에서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이 얼추 절반은 넘는 듯하다. 쇼핑몰에 가면, 충전식 조명이 진열대에 한가득이다. 캠프용 램프, 독서용 조명, 센서등, 무드등까지 종류가 많기도 하다. 무더운 날 휴대용 선풍기를 손에 든 사람들이 스쳐 갈 때마다 부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돌아보지만, 그 물건이 얼마나 쉽게 고장 나는지 알기에 ‘무선’과 ‘충전’이라는 단어의 이면을 다시금 생각한다.

‘무선’ 전자기기는 정말로 우리를 ‘유선’에서 해방시켰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충전식 기기는 반드시 충전해야만 사용할 수 있으며, 그것에 맞는 충전 케이블이 필요하다. 제품마다 하나씩 들어 있는 케이블은 정기적으로 버려야 할 정도로 많아진다. 내장된 배터리의 수명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시한부라는 점에서는 같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다시 완충되기까지를 1사이클(cycle)이라고 할 때, 500사이클짜리 배터리는 이론적으로 500번 충전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충전할 때마다 주기가 짧아지며, 점점 빠르게 방전된다. 휴대할 수 없는 휴대기기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고가의 제품이라면 중고로 팔거나 고쳐 쓸 결심을 해보겠지만 1만~2만원짜리 손풍기라면 그냥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전기 코드가 달려 있거나, 건전지를 넣어 쓰던 옛 전자기기들이 그립다. 외장 배터리팩에 충전지를 넣어 사용하면 건전지의 폐기율도 줄이면서 전자기기의 본래 수명만큼 오래 쓸 수 있다. 진일보한 기술이라 선전하는 무선의 함정 속에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여전히 구질구질하며 성가신 ‘선’들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시시각각 쓰레기를 늘리고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다 보니 유선 이어폰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충전하지 않고 꽂기만 하면 작동한다니! 얼마나 놀라운 기술인가. 블루투스 이어폰은 방전되면 쓸 수 없고, 주파수 대역으로 데이터가 전송되는 과정에서 종종 연결이 끊긴다. 단말기와 미미한 시간차(delay)가 있으며, 음질 면에서도 유선 이어폰의 가성비가 무선 제품보다 몇 곱절은 탁월하다.

유선 이어폰을 다시 쓰려고 컨버터*를 구입했다. 제조사가 스마트폰에서 3.5파이(ø) 오디오 단자를 없애버린 탓이다. 이어폰과 충전선을 동시에 못 끼우지만, 물건은 모든 조건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손때가 묻은 이어폰에는 뜨개질로 옷을 입혔는데, 가방 속에서 찾기 쉽고 선도 엉키지 않는다. 수리 기술을 익히고 경험을 쌓는 것도 좋지만, 애초에 수리할 일을 만들지 않도록 물건을 잘 돌보며 쓰는 것이 먼저다. 문득 ‘이어폰 꾸미기’가 ‘다이어리 꾸미기’만큼 유행한다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집집마다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유선 이어폰들이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까? 레트로 유행이 번지며 옛 전자기기들이 흥미로운 관심을 받는 지금, 마음껏 기대를 걸어본다.

*컨버터(converter) : 접속단자와 규격을 변환해주는 연결장치



모호연

모호연


▲모호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일상 속 자원순환의 방법을 연구하며, 우산수리팀 ‘호우호우’에서 우산을 고친다.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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