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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 개악을 멈춰라

보건복지부가 가난한 이들의 최후 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용 절감의 칼날을 댄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급여 제도 개선방안’은 지난해 거센 반발로 무산된 개정안보다 후퇴했다.

주 내용은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외래 이용 시 정액제(최대 2000원)였던 본인부담금을 정률제(최대 8%)로 바꾸는 것이다. 최대 20배 늘어나는 의료비는 수급자에겐 날벼락이다. 복지부는 진료 1건당 상한 2만원 제한을 덧붙였지만, 근본적 부담 완화는 아니다.

‘불필요’한 의료 이용 억제를 위한다지만 이는 의도적인 착시다. 건강보험 가입자와 달리 의료급여 수급자 대부분은 건강이 나빠 일을 할 수 없기에 그 자격을 얻는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장애인·노인·만성질환자 비율이 높아 병원 이용이 잦을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이러한 사실을 쏙 뺀 채 건강보험 가입자와 1인 의료비를 단순 비교해 수급자를 도덕적 해이로 몰고 있다.

현재 의료급여 체계도 불충분하다. 2021년 기초법공동행동이 진행한 수급자 가계부조사에서 당뇨를 앓는 한 수급자는 비급여 인슐린 주사 비용 탓에 극단으로 식비를 아낀 경험을 전했다. 희귀질환으로 정기 뇌혈관 검사가 필요하지만 비급여인지라 시한폭탄을 품은 마음으로 검진을 미루는 이도 있다. 한정된 수급비 안에서 ‘굶어 죽을지, 아파 죽을지 선택’해야 한다는 자조가 돈다.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의료급여 제도의 시작이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란 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실제 의료급여 과다 이용자는 전체 수급자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복지부가 ‘과다 이용’이라고 딱지 붙이는 의료 이용의 실상도 과소 이용과 동전의 양면이다. 정작 시급하고 필요한 치료는 비급여 비용이 발생하기에 포기하고, 궁여지책으로 비용이 저렴한 침과 물리치료로 버틴다. 비용 통제에만 몰두하고 제도 보장성은 뒷전으로 둔 탓이다. 소득 기준은 충족해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의료급여를 못 받는 이들도 약 66만명에 달한다.

‘병원이 아니라, 시장에 가듯 의료를 고른다’는 의심. 하지만 누가 아픈 몸으로 병원을 장 보듯 들락날락할 수 있단 말인가. 억지로 아플 순 없다. 아파서 병원에 갈 뿐이다.

이 의심의 이면에는 복지를 권리가 아닌 시혜로 보는 시선이 자리하진 않나. 복지의 이름으로 시장 논리를 따르고, 권리를 불신의 잣대로 재단하지 말라.

복지부는 이번 ‘개악안’ 시행을 오는 10월로 예고한다. 정액제에서 정률제로의 개편 다음은 무엇일지 뻔하다. 본인부담 비율은 슬며시 오를 것이고, 수급자 의료 이용 문턱은 급속도로 높아질 테다. 의료급여에 드리운 시장주의에 길을 터주지 말자. 내란 정권의 의료개악 바통을 차기 정부가 이어받을지 지켜보자.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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