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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과 세상]벽
벽에는 푸른 하늘과 연못과 물고기도 있고 눈이 내릴 것이다

벽에는 아이가 살고 아이는 혼자 못가에 앉아서 물고기를 보고 눈이 쌓인 밤엔 빨간 물고기 금 간 벽으로 흘러나가고

벽 속의 남자는 침묵을 하고 간장독처럼 늙은 여자 짜디짠 눈물을 흘리고 마지막 남은 벽이니까 그림을 그리는 건 어때? 아이가 말한다

물고기와 눈과 사람이 그려진 벽이 헐리기 직전 벽 속의 남자는 침묵을 밖으로 던진다

깨진 벽돌처럼 비스듬히 날아오는 그걸 보며 누군가 소리친다

놀라운 일이야, 저 속에서도 행복이란 걸 생각하다니

이기성(1966~)


거대한 벽을 하나 넘고 난 뒤, 우리의 일상은 조금은 안온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겨울 눈보라의 광장에서 간신히 되찾은 봄날의 따스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또 다른 벽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지금 우리는 위험한 계절을 지나가고 있다.

시인이 그린 벽에는 “푸른 하늘과 연못과 물고기”가 있다. 아이와 함께 남자와 여자도 살고 있다. “벽 속의 남자는 침묵을 하고, 간장독처럼 늙은 여자”는 눈물을 흘린다. 그곳은 아이의 가족에게는 금이 간 위태로운 벽이지만, “마지막 남은 벽”이다. 바깥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경계선이다.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건 어때?”라고 말한다.

어느새 벽에는 푸른 하늘, 연못, 물고기, 눈, 사람으로 메워진다. 그것은 슬픔의 목록일 수도 있고, 희망의 목록일 수도 있다. 마지막 남은 벽이 헐리기 직전 “벽 속의 남자는 침묵을 밖으로 던진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말을 쏟아내고, 부조리를 향해 돌을 던진다.

이는 무질서한 세계 속에서도 희망을 절대 버리지 않고 대신 침묵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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