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보수도 살 기회 ‘반윤석열대행 연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보수도 살 기회 ‘반윤석열대행 연대’

국민의힘이 배수진을 쳤다. 살아남기 위한 배수진이 아니라 죽음을 초래하는 배수진이다. 현대 정당으로서 수구가 아닌 보수로 거듭나기를 기대했다. 한동훈 후보가 국민의힘을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극우적 행보를 지속해왔으며 사죄해야 할 자리에서 꼿꼿했던 김문수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도 강력한 연대를 구축”한다고 했다. 그가 대선에 출마하는 가장 큰 명분은 ‘반이재명’이다. 특정한 인물을 반대하기 위한 정치를 내세우는 것은 스스로 대의명분이 없다는 것의 방증이다. 당선 후 수립할 정권의 명칭을 ‘반이재명 정권’이라 부르는 것처럼 희화적이다. 게다가 그 특정인은 파렴치범도 아니며 국헌 문란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아니다. 내란죄를 범한 세력과 그 수괴를 옹호하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범죄 아닌가.

현대 정치는 감성 정치라고 한다. 감성 정치는 현대 정치의 주요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가 정치의 사인화(personalization)다. 카리스마적인 특정 인물이 정치를 사유화하는 것만이 사인화가 아니다.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정치도 사인화다. 김문수 후보의 공약은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패한 시도들이 아니면 이재명 후보 반대를 위한 슬로건이 대부분이다. 당원과 지지층이 이러한 후보를 선택한 것은 국민의힘이 ‘불모 정당’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가 경선을 좌우했다는 사실도 그 증거의 하나다.

국민의힘은 두 번의 탄핵 대통령을 배출하고 두 번의 후보 기근을 겪고 있다.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는 두 번째 용병 차출이다. 국민의힘을 살릴 후보가 정말 없을까. 건전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할 훌륭한 인물이 적지 않다. 앞장서 계엄을 반대하고 탄핵을 추진한 한동훈 후보와 당의 극우적 행보를 비판해온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건전한 보수로 다시 살려낼 수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러나 당원과 지도부는 이들을 내세워 보수를 살릴 생각이 없는 듯하다. 당장의 기득권을 지키고 목전의 내란죄를 조금이나마 벗어나려는 안간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문수 후보가 완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완주하기가 쉽지 않다. 당 지도부도 일찍부터 한덕수 전 총리에게 공을 들였고, 친윤 진영의 의원과 주요 인물들이 이미 한덕수 캠프에 합류해 있다. 여론조사가 뒤바뀌지 않는다면, 김문수 후보는 한덕수 후보로 단일화하기 위한 복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한동훈 후보가 승리했다면 완주의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고, 이번 대선은 포기하더라도 국민의힘이 살아날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한덕수 후보의 명분과 공약은 꽤 영리해 보인다. ‘반이재명’을 명시적으로 내세우기보다 거국 내각과 개헌을 앞세운 과도정부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양극화된 정치를 비판하면서 양당 정치를 극복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그가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고 내란죄의 주요 피의자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한덕수 후보는 내란 정부의 국무총리였고, 김문수 후보는 그 정부의 장관이었다. 한 후보든 김 후보든 ‘윤석열 대행’임을 부인할 수 없다. 대선의 전선은 확실해졌다. ‘윤석열 대행’과 ‘이재명’의 대결이며, 내란정당·계엄정당·탄핵정당과 이를 심판하려는 정당의 대결이다. ‘반이재명 연대’보다 ‘반윤석열대행 연대’가 더 논리적이다. 특정인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정권 심판이 이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스스로 퇴로를 차단했다. 조금이라도 지키며 살아남는 방식이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로 보인다. 이 단일화를 통해 거국 내각과 개헌 이슈를 에둘러 끌어안으면서 대선 이후 개혁 정국에서 가능한 한 많은 지분을 차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승리하지는 못하더라고 무시하지 못할 지지율을 얻으면, 이후 개헌 정국에서 상당한 지분을 챙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치 기후는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만에 하나 ‘윤석열 대행’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계엄의 망령이 되살아날 수 있다. 역시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국민의힘에 이번 대선은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죽어야 사는 기회다. 단일화 실패가 오히려 보수가 살 기회일지 모른다. 극우보수는 한덕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를 두고 분열하고, 대선 이후 내란죄가 드러남에 따라 지지층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온건보수가 보수를 되살리는 새출발의 명분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