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심 해킹 사태로 SKT 전국 T월드 매장에서 신규 가입 업무 중단을 시작한 5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효진 기자
SK텔레콤이 해킹 사고 이후 타 이동통신사로 번호 이동하는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여부와 관련해 “검토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SK텔레콤은 5일부터 신규가입을 받지 않고 유심 교체 작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화타워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위약금 면제논란과 관련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결론이 나오면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내부 검토와 이사회 논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밝힌 입장을 거듭 반복한 셈이다.
위약금 문제는 유심(USIM) 해킹 사고로 불안감을 느낀 SK텔레콤 일부 가입자들이 번호 이동을 고려하면서 떠올랐다. SK텔레콤에 귀책 사유가 있는 만큼 위약금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여기에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4일 “해킹이 발생해 고객이 해지를 요구할 경우 약관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면제 주장에 힘을 실었다.
SK텔레콤은 이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위약금 면제는 남은 가입 기간 이용자가 매달 낼 통신비, 이로 인한 대리점 수익과도 얽혀 있어 하루아침에 결정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해킹 사고로 인한 실제 금전 피해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SK텔레콤은 재차 강조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현재까지 파악한 바나 수사기관에 접수된 바로는 사고 이후 2주가 지난 지금까지 불법적인 유심 복제로 인한 피해나 고객 계좌 정보 유출로 인한 금전 피해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없다고 안심해도 된다고 장담할 순 없다”며 “이중, 삼중의 조치를 통해 안심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이날부터 전국 티월드 매장 2600곳 및 온라인에서의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했다. 폭증한 유심 교체 수요에 먼저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신규 모집 중단 첫날인 이날도 유심 교체를 기다리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온라인에서는 “유심 교체 예약 개시일인 지난달 28일 신청했는데도 여전히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유심 교체를 완료한 이용자는 약 100만명으로 전체 가입자(2300만명) 중 4%, 교체 예약자(770만명)의 12% 수준이다. 유심 확보에 속도가 붙지 않는 데다 하루에 처리 가능한 유심 교체 물량이 15만~20만개에 그치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이달 말까지 유심 500만개를 확보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본인 확인과 주소록 등 정보를 옮기는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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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SK텔레콤이 이용자 보호 방안으로 내놓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는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2218만명을 넘겼다. 전체 가입자(약 2300만명)의 95% 이상이 가입을 완료한 것이다. 공백으로 지적됐던 로밍요금제 이용자의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은 오는 14일부터 가능하도록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휴대폰 재부팅 중이거나 배터리 방전 등으로 휴대폰 전원이 꺼진 상황에서 유심 복제 피해 위험성이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류정환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은 “유심보호서비스가 작동하고 있어 다른 유심을 꽂더라도 작동하지 않고, 비정상인증시도 차단 시스템(FDS) 역시 휴대폰이 꺼졌을 때에도 방어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