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들의 전자문서 로그 기록 공개와 파기환송심 연기를 요구했고, 사법부는 내외의 ‘졸속 재판’ 반발에도 닷새째 묵묵부답하고 있다. 그새 대선판에서 국민 통합과 정책, 국난 극복 논쟁은 뒤로 밀렸다. 이 혼란은 사법부의 ‘대선 개입’ 갈등이 촉발시켰음을 분명히 한다.
대통령 선거는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주권자들이 권리를 적극 행사하고, 하나하나의 표가 모여 대통령을 뽑고 그 정당성을 부여한다. 윤석열 내란이 흔들었던 것도 헌법상의 국민주권이고, 그 내란을 막고 조기 대선의 장을 만든 것도 결국 국민주권이다. 어느 때보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 통합이 절실한 대선 길목에 비선출 권력인 사법부가 갈등의 중심에 서버린 것이다.
‘졸속 재판’ 시비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하고 키웠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소부에 회부된 사건을 두 시간 만에 전원합의체로 올리고 두 번의 심의 끝에 다수결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7만쪽의 방대한 사건기록을 이틀 만에 전자문서로 숙독했다 하고, 1·2심이 엇갈리고 대법관들도 찬반으로 나뉜 사건을 9일 만에 속전속결한 것이다. 그뿐인가. 파기환송 다음날 고등법원으로의 결정문 이첩과 재판부 배당, 첫 기일(15일) 지정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전은 똑같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이 충분한 숙의와 설득의 시간이 부족했다고 알리고, 현직 판사·법학자들까지 ‘졸속·초고속 재판’이라고 문제제기하고 나선 것 아닌가.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쌓인 ‘사법 불신’은 이 사건만도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재판부는 구속기간 산정 기준·관행을 바꿔 윤석열을 풀어줬고, 형사재판에서도 내란 수괴에게 온갖 특혜를 베풀고 있다. 반복되는 사법 불신으로, 대선 전 이재명 후보의 파기환송심·재상고심에서 정치생명을 끊을 수 있다는 음모론까지 움트고 있다. 민주당의 ‘탄핵론’도 섣부르지만, 대법원도 국민 불안이 없도록 투명하게 이 사태와 사법 절차를 설명할 책임이 있다.
민주공화국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게 최고재판소의 역할이다. 그 출발점은 절차의 공정성과 정치 중립이어야 한다.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의 새 길을 찾을 대선이 코앞이다. 대법원은 이 혼란의 책임을 통감하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파기환송심부터 불공정한 오해·시비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선의 시작과 끝은 헌법 1조 주권재민이다. ‘대통령을 국민이 뽑는다’는 대원칙엔 누구도 예외 없고, 사법부도 존중해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1일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