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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적 수용, 돈으로 환산된 삶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에 오른 세 명의 장애인 탈시설 활동가는 2주간 고공농성을 지속했다. 이들은 전국 175개 장애인 집단 거주 시설을 운영하는 한국 천주교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탈시설 권리를 부정하며 장애인자립지원법 제정을 막고 있음을 규탄했다. 종탑에 오른 활동가들은 장애인자립지원법과 탈시설의 필요성을 외치며 최근 울산 최대 규모의 장애인 거주 시설인 태연재활원 등에서 발생한 폭행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 20여명의 직원들이 한 달 890여건의 폭행을 일으켰고, 시설 거주 장애인을 질질 끌고 가거나 뺨을 때리고 발로 차는 등 가혹한 학대를 자행한 일을 가리켰다. 지난 5년간 16명의 장애인이 사망했음에도 세상은 알지 못했다.

장애인 탈시설과 지역사회 자립을 반대하는 천주교 신부는 장애인을 비인간 동물에 빗대어 시설 수용을 옹호했다. 앵무새, 까마귀, 돼지 등에 빗대며 이 지능의 장애인들은 차라리 시설에서 사는 게 더 낫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게 될수록 중증 장애인을 배제하고 집단 수용하는 거주 시설 정책이 규모를 키우고 예산 확장으로 나아갔다.

장애인 거주 시설 확대와 유사하게 노인 요양 시설의 정책 예산이 급증하는 시류에 올라타 큰 이득을 챙긴 인물의 시설 문제가 비슷한 시기에 제기됐다.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운영하는 경기 남양주 소재 요양원은 42억여원의 막대한 요양급여 수익을 올리는 한편 비위생적 조리 환경에서 부실한 급식을 제공하며 노인 입소자를 학대했다. 호텔식 요양원이라는 홍보가 무색하게 오염된 조리기구와 썩은 과일, 100원 수준의 1인당 간식비로 입소자 배를 채웠다. 24시간 강제 사지 결박 등으로 사람을 묶었으며, 혈변을 보이던 입소자를 병원 이송조차 하지 않아 끝내 사망으로 치닫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공익신고한 직원은 보복성 인사 조치와 생명을 위협하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드러난 장애인 거주 시설과 노인 요양원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람을 돈으로 환산하는 정책에서 비롯했다. 거주 시설 및 요양원에 입소한 장애인과 노인 모두 머릿수에 비례해 1인당 급여가 시설에 지원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이를 장기 수용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학대하고 진실을 은폐한다. 지난달 활동가가 종탑에 오르기 전까지, 요양원의 내부고발자가 공익신고를 하기 전까지 이 시설들은 마치 선하고 고급스러운 장소처럼 여겨졌다.

장애인과 노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하고, 죽음조차 기꺼이 은폐하는 수용 중심의 정책이 힘없는 이들의 삶을 수익으로 물화하고 있다. 수용을 수익화하는 사업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의 존엄한 삶을 위해 집단 거주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 통합으로 사회복지 돌봄 정책이 재설계돼야 한다.

새 정권 출범을 앞둔 지금, 차기 정부에 간절히 바란다. 장애인 거주 시설과 요양원 등 집단 거주 시설 문제를 실태 조사하고 강력히 처벌하라. 별도 격리가 아닌 지역사회 통합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라. 국가와 공동체가 시민의 존엄한 품위와 안전을 보장하라. 수익모델이 된 시설 중심 예산의 확장을 중단하라.

변재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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