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비 내리는 베드로 광장에 홀로 서서 전 세계에 연대를 강조하던 교황의 모습은 매우 인상 깊었다. 그는 우리를 ‘침략과 전쟁, 분단의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은 민족’이라 평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와 전임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6세의 관계를 다룬 <두 교황>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권위적인 베네딕토와 달리 인간미 넘치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는 음식에 관한 내용도 등장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렸을 때 어머니가 구워준 오레가노 빵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부모님은 모두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였으므로 그는 피자, 스파게티 등 이탈리아 음식도 좋아했다. 그는 와인도 좋아했지만, 가장 즐겨 마셨던 음료는 마테차였다.
마테차는 마테잎을 말려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남미의 대표 음료다. 원래 남미 원주민인 과라니족이 마셨던 차인데, 공교롭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몸담았던 예수회 선교단을 통해 외부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이 바로 예수회 선교사 이야기다. 17세기 예수회는 아르헨티나에 마테 재배 농장을 설립하고 마테차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마테차는 전 세계에 알려졌으며, ‘예수회의 차’라고도 불린다. 카페인이 풍부한 이 음료는 흔히 뜨겁게 마시는데, 속이 빈 조롱박에 금속 빨대를 꽂아 마시는 것이 전통 방식이다. 교황이 남미 파라과이를 방문했을 때 여러 사람이 권하는 마테차를 마시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교황은 세계를 돌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가 만난 사람과 방문한 곳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이었던가를 알려준다. 여성 재소자, 성소수자, 난민, 이민자 등 사회의 약자를 어루만졌다. ‘거리의 사제’를 자처한 그는 가장 낮은 데로 임하면서 종교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가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벽을 허물고 다리를 놓으려 애썼다. 그것은 종교 간, 이념 간, 인종 간, 빈부 간의 소통과 화해의 다리였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바친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북극성 삼아 평생을 소외된 자들의 편에 섰던 교황 프란치스코.
세상의 모든 갈등과 분열의 매듭을 풀고자 노력했던 그의 신심은 우리의 가슴속에 따스한 빛으로 발현될 것이다. 또 다른 북극성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