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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 ‘극우 후보’ 승…35년 이어진 ‘친유럽 노선’ 균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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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 ‘극우 후보’ 승…35년 이어진 ‘친유럽 노선’ 균열 위기

‘친트럼프’ 성향 시미온 1위

결선투표 때까지 접전 전망

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 ‘극우 후보’ 승…35년 이어진 ‘친유럽 노선’ 균열 위기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인 제1야당 결속동맹(AUR) 대표 제오르제 시미온(38·사진)이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루마니아는 동유럽을 덮친 극우 돌풍 속 친유럽 성향을 유지해왔는데,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수십년 만에 정치·외교 노선이 달라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미온은 개표율 99% 기준 40.5% 득표율로 선두를 확정했다. 중도주의자이자 친유럽 성향인 무소속 니쿠쇼르 단 부쿠레슈티 시장은 20.89%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오는 18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집권 연정이 공식 지지한 크린 안토네스쿠 전 상원의원은 20.34%로 3위에 그쳤다.

이번 대선은 지난해 11월 대선 1차 투표가 무효로 된 뒤 다시 치러졌다. 당시 친러시아·극우 성향 무소속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가 ‘깜짝 1위’를 차지했지만,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무효 결정을 내렸다. AUR은 대선 무효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조직했고, 시미온은 제오르제스쿠를 지지한 유권자 표를 흡수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시미온은 평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착용하며 루마니아의 ‘마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하는 등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반대하고 유럽연합(EU) 지도부를 비판해왔다. 러시아와의 연계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루마니아 중도우파 야당인 구국연합(USR)은 극우 후보의 결선 진출을 막기 위해 지지율 5위에 그치던 자당 후보 지지를 철회하고 단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으나 결국 시미온에게 선두를 내줬다. 다수 유럽 국가들처럼 루마니아에서도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극우 정당에 대한 유권자 지지가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창당돼 ‘가족·국가·신앙·자유’를 표방하는 AUR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벌인 백신 반대 운동이 사회적 불만과 맞물리면서 주류 정치세력으로 떠올랐다.

시미온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긴장하고 있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는 두 개의 나토 기지와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를 보유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등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에서 부상한 포퓰리즘 정당에 맞서는 방어벽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시미온이 대통령이 되면 루마니아는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독재정권 붕괴 후 35년간 이어온 친서방 노선에서 벗어나 대서양 동맹과 역내에 또 다른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CNN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3년째 싸우고 있는 나토의 동부 지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이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총리가 포함돼 있는 유럽 통합 회의주의 세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결선투표는 접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루마니아 정치학자 세르지우 미스코이우 클루지나포카 바베슈볼리아이대 교수는 “시미온이 결선까지 선두를 지키려면 험난한 길이 남아 있으며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루마니아는 총리가 행정 실권을 쥐는 이원집정부제 국가로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임기는 5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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