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압박에 반발하며 후보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엄태영 의원, 김 후보, 김대식 의원.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당 지도부가 김 후보에 단일화 압박 수위를 높이자, 김 후보는 6일 “당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리려 한다”며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한 후보는 당에 단일화 절차를 일임했지만 실상은 당 지도부와 친윤석열계를 대리인 삼아 김 후보를 우회 압박하고 있다. ‘내란 정권’의 총리와 장관을 지낸 탄핵반대파끼리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게 볼썽사납다.
김 후보는 경선 기간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내세워 당 후보가 된 후 조속한 단일화를 주장하는 이양수 사무총장 해임을 시도하고, 한 후보의 회동 요청에도 즉답하지 않았다. 단일화를 하더라도 그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이에 당 지도부는 오는 8~9일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를 각각 소집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을 단일화 시한으로 제시하고, 7일에는 전 당원 대상 단일화 찬반 조사를 하기로 했다. 단일화에 미적대는 김 후보를 코너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김 후보는 경북 경주 방문 일정 도중 “당이 정당한 대통령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며 “지금부터 일정을 중단하고 깊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전제한 친윤계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후 태도를 돌변한 김 후보나, 공식 절차를 거쳐 선출된 당 후보를 향해 당 밖 인사와 ‘무조건 단일화’를 요구하는 당의 행태 모두 어처구니가 없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대선 출마 자체가 기괴한 일이다. 윤석열 파면으로 치러지는 대선에 불법계엄 당시 총리와 장관인 국무위원은 나오지 않는 것이 도리다. 게다가 한 후보는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로 탄핵심판을 방해했고, 김 후보는 탄핵을 공개 반대했다. ‘극우 전광훈의 추종자’(김 후보)와 ‘윤석열 아바타’(한 후보)가 보수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게 국민들 눈에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마저도 단일화를 위한 이익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두 후보가 내세우는 단일화 이유는 ‘이재명 당선 저지’뿐이다. 윤석열과는 어떻게 다른 국정을 펼 것인지, 국민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지는 뒷전이다. 오로지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한 후보 단일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6·3 대선에서 주권자가 낡은 보수 정당과 그 후보를 심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