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일반주주 대폭 권한 강화해 총수·경영진 견제 필요”

지난해 삼성을 비롯한 상위 5대 그룹의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돌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30%대 중반으로 하락했던 이 비중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치솟았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친대기업 정책’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경제력 집중 현상 완화를 위해 재벌 총수,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자산 5조원 이상) 92곳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200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명목 GDP(2549조1000억원)의 78.8%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등 자산 기준 상위 5대 그룹 매출액은 1025조원으로 지난해 국내 경제생산의 약 40.2%에 달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공정위 기준으로 33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GDP의 13.0% 수준이었다. 이어 현대차그룹(279조8000억원), SK(205조9000억원), LG(140조2000억원), 롯데(67조3000억원) 순이었다.
기업 매출은 해외 발생분도 포함하는 만큼 국내에서 생산한 품목만 집계하는 GDP와는 범주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특정 기간 산출량을 집계한다는 공통점을 고려하면 대기업 편중 정도를 따지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GDP 대비 5대 그룹 매출액 비중은 2018년 40.5%에서 2019년 38.2%, 2020년 36.9%로 갈수록 떨어졌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삼고 공정위를 앞세워 재벌개혁을 추진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1년 5대 그룹 매출액 비중은 40.3%로 다시 오른 데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22년에는 45.0%까지 치솟았다. 비대면 업종이 급성장하면서 전자·반도체 업종이 주력인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5대 그룹 매출액 비중은 2023년 41.6%, 2024년 40.2%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보다 낮아졌지만 문재인 정부 때보단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들어 펼친 법인세 감면 혜택 확대와 최고세율 인하, 규제 완화 등 ‘친대기업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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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킨 만큼 다음달 들어설 새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M&A를 통해 계열사를 늘리고, 알짜 사업 부문을 분리해 이중 상장하는 방식 때문에 경제력 집중 현상이 가속화됐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에서는 일반주주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총수와 경영자에 대한 사전 및 사후적 규율을 더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