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6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신설 사업이 최종 계약을 하루 앞두고 제동이 걸린 가운데, 정부가 체코 법원 판단에 대한 사전 분석 등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수원은 “계약이 최종 불발된 것은 아니고, 일정이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본계약 체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체코 프라하에 도착한 직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예상 못한 상황이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 저희가 특별히 안일한 대응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본안 소송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날 새벽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입찰 과정이 체코 정부, 체코전력공사(CEZ) 및 발주사(EDUII)의 감독 아래 공정하고 투명하며 합법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으로 입찰 결과를 훼손하려는 경쟁사 시도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앞서 체코 정부는 지난 30일 한수원과 두코바니 5·6호기 원전에 대한 본계약을 7일 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본계약 체결식 하루 전인 6일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행정 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수원과 발주사인 CEZ 자회사 간 최종 계약 서명은 무기한 연기됐다.
체코 법원의 이번 결정은 정부·국회 등 대규모 대표단이 체코를 향해 비행하던 도중에 벌어졌다. 정부가 체코 원전 계약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지 낌새조차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DF의 가처분 신청을 이미 알고 있었던 이상 관련 소송의 진행 상황이나 법원 판단 가능성에 대한 사전 분석과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 계약이 연기되면서 오는 10월 체코 총선 등 정치 상황에 최종 계약이 영향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안 장관은 “계약이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밖에 없다”며 “과도하게 지연되는 경우에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체코 당국도 법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며칠일지 몇 달일지 예단할 수는 없다”며 “체코 정부도 지연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 같다. 법원에서도 그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불필요하게 지연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DF가 한수원의 사업 수주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유럽 (원전) 기득권 세력들은 원자력 산업을 자기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종 마무리 단계까지 와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사업자 입장에서, 팀코리아를 이끄는 입장에서 당황스럽고 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최종 계약 중단과 별개로 체코 총리 및 상원의장을 만나 원전 산업 협력을 계기로 인프라, 첨단산업 등에서 양국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안 장관은 “공식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 이번 법원 판단 때문에 연기되고 나머지 절차는 준비한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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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체코 원전 제동으로 원전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이날 오전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5.42% 급락한 2만6200원에 거래됐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원전주로 분류되는 한전기술은 7.42% 하락했고, 한전산업과 한전KPS는 각각 8.02%, 3.12% 약세를 보였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