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걸상대전추진위원회가 7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월걸상’ 건립 추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종섭 기자
대전에서 전국 10번째 ‘오월걸상’ 건립이 추진된다. 그러나 건립 추진 장소에 대해 대전시가 설치 불허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오월걸상은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계승하기 위한 조형물로 현재 전국에 모두 9개가 설치돼 있다.
‘오월걸상대전추진위원회(대전추진위)’는 7일 대전시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대전에 오월걸상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전추진위는 시민 모금으로 건립 기금 5000만원을 모아 내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이전에 오월걸상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추진위는 ‘대전충청 5.18 민주유공자회’의 제안으로 50여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만들어졌다.
대전추진위는 “지난해 겨울 45년만에 부활한 계엄은 오월이 현재 진행형이며 아직도 살아 있는 현실임을 일깨웠고,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똑똑히 보여줬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뿌리인 오월 정신을 전국화하고 현재화하기 위해 전국 열 번째 오월걸상을 대전에 건립하려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설치 장소다. 대전추진위는 중구 서대전시민광장을 오월걸상 설치 장소로 정하고 중구청을 통해 소유주인 대전시에 설치 협조 요청을 했으나 거부됐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관련 규칙에 따라 일반광장인 서대전광장에는 ‘도시·군 계획시설’이 아닌 건축물이나 공작물 설치를 허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추진위는 대전시의 불허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전추진위 관계자는 “대전시 입장은 단순히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난해 5.18 민주묘역 참배예산을 전액 삭감한 이장우 대전시장의 5.18 정신에 대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식과 연결된 것”이라며 “광장에는 이용자 편의 증진과 이용 활성화를 위한 시설, 주민 집회·행사나 휴식을 위한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대전시는 오월걸상이 이런 시설이 아니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역사 인식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월걸상 설치 장소 문제로 지자체와 마찰을 빚은 사례가 없었는데 대전시 행정이 시민들의 역사의식과 자발성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법률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시민들의 힘을 모아 계획대로 오월걸상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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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오월걸상은 2018년 부산 서면 쌈지공원을 시작으로 전남 목표역 광장, 경기도청 도민 쉼터, 제주 서귀포시청 앞, 광주 광산문화예술회관 광장, 서울 남산공원 등에 설치돼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검토했을 때 해당 조형물(오월걸상)은 광장 기능 지원이나 이용자 편의 증진을 위한 시설로 볼 수 없고, 관련법령에 따라 허가할 수 있는 건축물이나 공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행정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설치를 허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