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선 전 선고는 정치개입” 우려 의식한 듯
대선 이후로 미뤄지면서 ‘심리 속도전’도 일단 스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전북 익산시 옛 익산시청 제2청사 앞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 등이 6·3 대선 이후로 공판이 줄줄이 연기됐다. 법원이 “대선 전 선고는 정치 개입”이라는 민주당 등 정치권의 반발과 법원 내부에서까지 커지고 있는 우려를 의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7일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대선일 이후인 다음 달 18일 오전 10시에 열기로 일정을 바꿨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도 이달 13일과 27일에 각각 잡아놨던 공판기일을 다음달 24일로 변경했다.
이들 재판부가 잇따라 이 후보 재판 일정을 연기하고 나선 건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이 후보의 변호인단은 이날 이 후보가 재판을 받는 사건들의 각 재판부에 기일변경 신청을 했다. 변호인단은 신청서에서 후보자의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한 ‘헌법 116조’와 대선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간 중 체포·구속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1조’를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파기환송심 고법 재판부가 기일변경을 공지하면서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밝힌 것은 이 후보 측의 이 같은 주장을 일정부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원의 이례적인 ‘속도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큰 점을 재판부들이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법원으로선 이 후보 측이 주장한 ‘선거운동 기간 보장’ 등을 수용해 대선 후로 재판을 미루고 정치에 개입한다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공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지 않으면 파기환송 선고를 한 조희대 대법원장 등 10명의 대법관,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이재권 판사 등에 대한 탄핵을 고려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이 후보 변호인단은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에도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간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연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20일 첫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대선 당일인 다음달 3일에는 재판을 마무리하는 결심 공판을 진행하겠다고도 예고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과 대장동 의혹 사건 등 두 사건의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된 만큼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도 연기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일 변경 등 재판 진행과 절차에 관한 판단은 전적으로 각 재판부 재량에 달려 있지만, 두 사건의 재판부가 먼저 기일변경을 받아들인 만큼 다른 재판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위증교사 사건 등까지 기일이 미뤄지면 뜨거운 논란을 빚었던 법원의 ‘심리 속도전’은 대선 앞에서 일단 멈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