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준헌 기자
미국과 중국 간 관세협상 진전 기대로 7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70원대까지 떨어졌다.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사실상 통화 절상을 압박하고 있어 1300원 중반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중 관세 협상이 쉽사리 풀리지 않으면 환율 변동성이 다시 커질 우려도 남아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2일·1405.3원)보다 7.3원 내린 1398.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3 불법계엄 사태 이전인 11월29일(1394.7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3원 급락한 1380원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6일(1370.4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서울 외환시장이 연휴 기간 휴장하는 동안 아시아 통화 강세로 하락한 역외 원·달러 환율 수준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장 초반 1370원대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연휴 중 거래를 하지 못했던 달러 실수요자 매수가 이어지면서 1390원대에서 주간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9일 원·달러 환율이 1484.1원까지 올랐다는 걸 고려하면 한달 사이에 원화 가치가 7% 넘게 상승한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363으로 전날보다 0.43%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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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떨어진 배경은 미·중 관세 갈등이 완화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번 주 후반 스위스에서 관세전쟁 시작 이후 중국과 첫 공식 회담을 시작한다.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양자 간 관세협상을 진행하면서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상대국의 통화 절상을 유도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환율이 1300원 중반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의제인) 한·미 관세협상 진척 시 원화 가치가 절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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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안정적인 하락세를 보일 경우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1370~1380원대까지 환율이 하락할 경우 한은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환율이 다시 오를 여지도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향후 미·중 협상이 결렬되거나 경기 부진, 정국 불안 문제 등 국내 요인이 심화될 경우 환율의 상승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