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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미스터리, 스릴러가 된 대선

밤새 안녕하셨냐고 묻는 게 요즘 일상이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한국 사회를 공포와 불안으로 몰고 간 조희대 대법원의 폭주가 ‘육일천하’로 끝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아무리 최고 권위 재판부라 해도 2심 무죄 사건을 완전히 뒤엎어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정치인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려 한 것은 국민주권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사람이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때는 사냥 후, 전쟁 중, 선거 전이라고 한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말이다. 놓친 사슴만큼 큰 놈은 없다. 전쟁 중엔 아군이 늘 이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거짓말이 난무하면 안 된다. 공직선거법으로 허위사실 공표 등을 처벌하는 이유다. 다만 살인과 절도가 다르듯 사안에 경중을 두고, 낙선자보다는 당선자를 엄하게 다뤄야 한다. 어떤 거짓말은 검사가 의도적으로 눈을 감지만, 반대로 사소한 거짓말도 집중적으로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검찰권 행사를 견제하는 곳이 법원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은 장모 최은순에 관해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배우자 김건희 의혹에 관해서도 “주식 투자 관련해 손해만 보고 나왔다”고 말했다. 모두 거짓이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는커녕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재명 케이스는 정반대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그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시절 몰랐고,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지역 상향 변경도 국토교통부 압박에 따라 이뤄졌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이 발언들이 허위사실 공표라며 그를 기소했다.

선거 사범은 기본적으로 정치와 법의 경계에 서 있다. 허위사실 공표 처벌은 자유 선거 원칙에 따른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정치인의 발언은 객관적 사실에 주관적 판단과 의견·주장이 섞여 있어 무 자르듯 구분하기 힘들다. 이재명 사건에 법원 판결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지난 3월26일 항소심 재판부는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상황이면 이 사건 상고심 처리에 속도를 내기보다 눈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종합적 판단에 맡기는 게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대법원장 조희대는 해결사를 자처하며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더니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재판은 졸속 그 자체였다. 절차는 기괴했고, 논리는 조악했다. 유죄 쪽에 선 다수의견 대법관 10명은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였다.

조희대가 판결문 낭독을 마치자마자 ‘윤석열 아바타’ 한덕수는 총리직 사퇴를 발표했고, 다음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김문수로 대선 후보를 정하고도 한덕수로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지귀연이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희한한 논리를 내세워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고, 검찰총장 심우정은 항고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내란 수괴를 풀어줬다.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이며,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미증유의 우연이 겹쳐 일어나면 그것은 필연이다.

조희대와 대법원의 전횡은 다행히 고법이 막았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는 당초 다음주로 예정된 첫 공판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처럼 당연한 것을 법조 경력 30년이 넘는 조희대와 대법관들이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도대체 지난 보름 대법원 안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조희대는 속셈이 무엇이고, 윤석열과 어떤 관계일까.

조희대의 막장극은 끝났지만 윤석열 각본·감독의 스릴러는 계속되고 있다. 영화나 소설이 아니고 국민 5000만명과 대한민국이 처한 실제 상황이다. 미스터리가 이미 일어난 사건이라면 스릴러는 지금부터 일어날 사건이다. 스릴러의 주인공은 쉼 없이 맹렬하게 다가오는 공격을 피하면서 악당을 제압해야 한다. 게임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방심하면 안 된다. 법이 정의라는 그럴듯한 착각에서 벗어나, 법과 권한을 오남용하는 법원·검찰 엘리트의 실체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음모와 편법으로 내란 세력이 복귀를 시도하는 이번 대선에서 주권자가 승리하는 길이기도 하다.

오창민 논설위원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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