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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유엔 운영 팔레스타인 학교 ‘무더기 폐쇄 명령’…학교에 최루가스 발사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슈아팟 난민촌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운르와) 운영 학교에서 한 학생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중 이스라엘 경찰이 발사한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슈아팟 난민촌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운르와) 운영 학교에서 한 학생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중 이스라엘 경찰이 발사한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생명줄’ 역할을 해온 유엔 구호기구의 활동을 금지한 뒤 이 기구가 운영해온 팔레스타인 학교들을 속속 폐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 점령지의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교육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이스라엘 경찰은 아이들이 수업 중인 학교에 최루가스까지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교육부는 점령지인 동예루살렘 내 6개 팔레스타인 학교에 30일 안으로 문을 닫을 것을 최근 명령했다. 지난달 말 완전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아이들이 수업 중인 학교에 들이닥쳐 교직원들에게 폐쇄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운르와·UNRWA)를 ‘테러단체’로 규정해 이스라엘 내 활동을 막는 이른바 ‘운르와 금지법’을 통과시키고, 곧이어 운르와를 자국에서 퇴출하기 위해 관련 유엔 협정에서 탈퇴한 데 따른 조치다.

이는 유엔 회원국이 유엔 산하기관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해 금지한 초유의 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조치”라고 비판한 바 있다.

운르와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고향에서 쫓겨나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교육, 의료, 주거 등 인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1949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구호기구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지에 흩어져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그들의 후손 600만명을 돕기 위해 75년간 구호 활동을 해왔으며, 특히 이스라엘이 봉쇄한 가자지구 등지에선 주민들의 ‘생명선’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운르와가 유엔의 외피를 쓴 사실상 ‘팔레스타인 단체’로, 반유대주의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등 줄곧 운르와를 ‘눈엣가시’로 여겨 왔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뒤로는 운르와 직원들의 ‘하마스 연루설’을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지원 중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운르와는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등지에서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폐쇄 명령은 동예루살렘 전역의 운르와 학교에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AP통신은 폐쇄 명령으로 인해 1~9학년 팔레스타인 학생 800명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이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포했으나, 국제법상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지’로 여겨진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슈아팟 난민촌에 위치한 운르와 운영 학교에서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대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슈아팟 난민촌에 위치한 운르와 운영 학교에서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대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교육부는 이 학교들이 ‘무허가’로 운영됐기 때문에 폐쇄하는 것이며, 팔레스타인 학생들을 예루살렘 내 다른 학교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 내 이스라엘 학교로 전학을 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학부모들은 자녀의 안전을 걱정해 이스라엘 학교 등록을 꺼리고 있다.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슈아팟 난민촌 내 운르와 학교에 9살 아들을 보내고 있는 팔레스타인 건설노동자 아흐마드 슈웨이케는 “나는 아들을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를 통과해야만 갈 수 있는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난민촌의 학생들이 이스라엘 학교에 통학하려면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지키는 분리장벽과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며, 통행증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연결된 동예루살렘에는 유대인 정착민과 팔레스타인 원주민이 모두 거주하고 있으며, 주거지역이 이스라엘이 건설한 분리장벽으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군이 발급한 허가증이 없이는 예루살렘 다른 지역으로 진입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운르와 학교가 팔레스타인 아이들에게 반유대주의, 반이스라엘 사상을 심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유엔의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운르와 운영 학교의 2022~2023년 교과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반유대주의 관련 내용은 없었으며 전체의 4% 미만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유엔의 지침과 입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슈아팟 난민촌에 위치한 운르와 학교에서 한 소년이 이스라엘 경찰이 발사한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슈아팟 난민촌에 위치한 운르와 학교에서 한 소년이 이스라엘 경찰이 발사한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부 학교 관계자들은 이스라엘 당국이 강제로 폐쇄할 때까지 학교 운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경우 이스라엘군이 강경 진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AP통신은 자사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슈아팟 학교에 방문한 날, 이스라엘 경찰들이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 학교 운동장에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최루가스는 학교 복도와 교실까지 퍼져 많은 아이들이 기침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경찰 대변인은 난민촌 안에서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에게 대응했을 뿐, 학교를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학교 교사들은 경찰의 최루가스 발사가 처음이 아니며 그때마다 학생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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