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국가에서 1억원이 넘는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4-2부는 8일 “구금에 대한 보상으로 1억2510만원을,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899만5000원을 각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이 확정됐다”고 관보에 공시했다. 김 전 차관은 성접대·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무죄를 확정받았다. 비리를 저지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검찰이 제때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법의 단죄를 피한 김 전 차관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청구해 국고에서 거액의 형사보상금까지 챙기는 것이다. 해도 해도, 이런 부조리가 없다.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별장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게 2013년 3월이다. 성접대 동영상을 입수한 경찰은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라며 김 전 차관 등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여성이 직접 김 전 차관 등을 고소했으나 검찰은 이마저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다시 수사한 건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이다.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며 성접대를 포함한 뇌물수수 혐의로 그를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검찰이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김 전 차관이 법망을 피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사건이었다.
윤석열 총장 체제가 들어선 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불법으로 막거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성윤·이규원 검사를 기소했다. 김 전 차관 수사를 수년간 뭉갰던 검찰이 그의 해외도피를 막으려 한 이들을 도리어 기소한 것이다. 적법 절차 준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문재인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을 겨냥한 표적 수사·기소였다. 이들은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차관 사건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표적 수사·기소 등이 망라돼 있다. 검찰의 총체적 문제를 집약해 보여준다. 검찰의 이런 ‘끼리끼리’ 행태가 극에 달한 것이 윤석열 정권 때였다. 김 전 차관의 형사보상금 수령은 검찰이 제 역할을 방기하면 사회정의가 얼마나 뒤틀리는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다.
-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