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한덕수 한덕수 예비후보가 8일 국회 사랑재에서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 단일화 문제가 차마 눈 뜨고 쳐다볼 수 없는 지경이다. 급기야 8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석열계는 ‘후보 교체’ 카드를 꺼냈고, 김 후보는 ‘법적 분쟁’을 예고하며 맞섰다. 내란 방조자들끼리, 국민 다수가 혀를 차는 이런 ‘막장 단일화’를 왜 하겠다는 건지 묻게 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두 후보의 담판 결렬 후 ‘8일 양자 토론, 8~9일 여론조사,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단일후보 확정’ 일정을 내놨다. 김 후보가 불응하면, ‘상당한 사유가 있을 시’라는 당헌 특례규정을 적용해 한 후보로 단일화할 뜻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김 후보는 이날 “저를 끌어내리려는 강제적 후보 교체 작업”이라며 후보 등록 후 단일화 방식을 역제안했다. 이에 ‘친윤’ 권성동 원내대표가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려는 한심한 모습”이라고 일축했고, 김 후보는 당 지도부의 전국위원회·전당대회 소집에 맞서 ‘대선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날 2차 단일화 담판도 한 후보는 “오늘내일 결판내자”고, 김 후보는 “(입당 없이) 왜 뒤늦게 나타나 청구서를 내미냐”고 평행선을 긋다 80분 만에 결렬됐다. ‘친윤’ 윤상현 의원은 20여명이 탈당해 제3지대 정당을 만들어 한 후보를 옹립하고, 당 대 당으로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당 지도부나 윤 의원은 한 후보로 교체하자는 것이고, 김 후보는 법적 분쟁으로 맞서 버티겠다는 것이다.
정당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려고 모인 집단이다. 선거에 이기려고 단일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명분이 분명하고,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 이 혼란은 공식 경선에서 선출한 당 대선 후보를 폐기하고 당 밖 후보로 바꾸려는 ‘업둥이 정치’를 하다 일어났다. 당 주류인 친윤 뜻대로 안 된다고 이런 폭력적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를 형해화하는 일이다. 이런 친윤들에게 조기 대선 반성, 당 쇄신, 국정운영 비전을 바랄 수 있을지 고개 젓게 된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정통 보수정당으로 국가·국민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기를 바라왔지만 그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탈당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당내 권력 쟁투에 매몰돼 당 지도부와 친윤계는 국민의힘이 보수정당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고 있음조차 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