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일람 樂書一覽]사업 나선 일본 철학자, 만만찮은 ‘경영 분투기’](https://img.khan.co.kr/news/2025/05/08/l_2025050901000214200021221.jpg)
지의 관객 만들기
아즈마 히로키 지음 | 지비원 옮김
메멘토 | 260쪽 | 1만9000원
<관광객의 철학>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2010년 4월 ‘겐론’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젊은 논객들이 모여 지적 공간을 구축해보자는 취지였다. <지의 관객 만들기>는 회사 설립 후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며 지금까지 버텨온 저자가 구술 형식으로 펴낸 ‘경영 분투기’다.
저자는 스물일곱 살이던 1998년 자크 데리다 해설서 <존재론적, 우편적>으로 산토리학예상을 받는 등 일찍부터 일본 학계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경력도 화려하다. 2010~2013년에는 명문 와세다대에서 교수로 일했고, 2010~2011년에는 아사히신문 논단 시평을 맡았다.
회사 경영에 대해선 안이했다. 회사 설립 직후 의욕적으로 펴낸 인문잡지가 3만부나 팔렸지만 창업 멤버가 돈을 빼돌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매출과 순이익을 구분하지 못해 ‘매출의 3분의 1 기부’를 약속했다가 크게 후회하기도 한다. “회사의 본체는 오히려 사무에 있습니다. 연구 성과든 작품이든 뭐든 ‘상품’은, 사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나올 수 없습니다. 연구자나 창작자만이 중요하고 사무는 어차피 보조라는 발상 탓에 결국 호된 대가를 치렀습니다.”
회사는 애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토론 플랫폼 ‘겐론카페’와 인문학 강좌 ‘겐론스쿨’이 성공하면서 현재까지도 성업 중이다. 저자의 경영 목표는 ‘계몽’이다.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계몽입니다. 계몽은 ‘사실을 전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작업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정보를 줘도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합니다. 이를 전제로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 자체를 어떻게 바꿀까, 이것이 계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