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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나온 윤석열’에게 목맨 국민의힘

‘꼭두각시의 반란.’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갈등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다. 국민의힘은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세 번의 경선 끝에 김문수를 대선 후보로 뽑았다. 하지만 ‘쌍권’(권영세·권성동)을 비롯해 친윤석열계 지도부 누구도 그를 정식 대선 후보로 대우하지 않는다. 당 회의실 백드롭에 그의 이름도 사진도 없다. 친윤 입장에서 김문수는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탄핵정권 2인자 한덕수를 당 간판으로 세우기 위해 필요한 바지 후보였다. 친윤계는 김문수 캠프에 위장취업했다. 김문수를 밀어 ‘독고다이’ 홍준표를 잘라냈고,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을 쳐내는 데도 성공했다. 그런데 꼭두각시 인형이 당무우선권을 주장하며 퇴장하라는 지시를 안 따르니 친윤계로선 미칠 일이다.

명분도 재미도 감동도 없는 단일화 쇼는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흥행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친윤 지도부는 결국 자기 손으로 뽑은 대선 후보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당원도 아닌 용병 한덕수를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한 강제 단일화에 나섰다. 후보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단일화 프로그램을 제시한 것이다.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를 무시한 채 75만 당원들이 뽑은 대선 후보를 허수아비 취급하는 단일화는 명분을 잃었다. 정당 민주주의가 사라진, 노골적인 정치공학만 남은 국민의힘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각본이 유출됐으니 전개가 흥미롭지도 않다. “이럴 거면 경선을 왜 했냐”며 버티는 김문수, “이럴 줄 몰랐다”며 완력을 쓰려는 당 지도부, 친윤 세력을 배경으로 108석 정당의 대선 후보로 무임승차하려는 한덕수가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다.

후보 단일화 드라마가 재미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주인공들 때문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누가 이기든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한덕수는 지난 6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김문수와 지지 세력이 겹치지 않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했다. 극우 이미지 김문수에 비해 실용적인 이미지가 강한 본인의 강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보기엔 도긴개긴이다. 탄핵정권 노동부 장관이나 국무총리나 뭐가 그리 다르겠는가. 뉴스1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4~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개혁신당 이준석과의 3자 대결에서 한덕수는 36%, 김문수는 33%였다. 이재명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한덕수는 40%, 김문수는 38%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대선 출마 선언 일주일도 안 돼 한덕수는 밑천이 드러나고 있다. 그림자로 있을 땐 알 수 없었던 한덕수의 실체가 확인되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려는 가장 큰 이유로 개헌을 꼽는다. 그는 관훈토론에서 개헌 필요성을 설명하며 “선택적 법치를 하는 엉터리 사이비 민주주의자들을 응징하겠다”고 강조했다. 선택적 법치는 다수 의석을 이용한 폭거를 일삼는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은 잘못이라면서 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반지성이 아닌 지성에 기초한 행정을 강조한 취임사에 공감했다고 말하고, 야밤에 총을 든 군대를 보내 국회를 장악하려 한 윤석열이 “삿된 분은 아니다”라고 옹호한다. 말을 들을수록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는 윤석열의 계엄 담화문이 생각난다. 친윤계가 그를 ‘어게인 윤석열’을 위한 대리인으로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자신이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국회가 다수당 중심으로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은 가짜 법치주의라고 주장한다.

한덕수는 국민의힘에 수혈되는 방식, 배우자 관련 논란은 물론 한국 사회를 보는 시각까지 윤석열과 닮았다. 언론에 노출될수록 윤석열의 그림자는 짙어질 것이다. 한덕수는 그저 윤석열보다 스마트한 ‘하버드 박사 출신 윤석열’, 윤석열보다 올드한 ‘40년대생 윤석열’, 윤석열과 전공이 다른 ‘산업부 출신 윤석열’, 윤석열보다 점잖은 ‘반말 안 하는 윤석열’ 정도다. 권성동은 “단일화 없이는 승리 없다”며 강제 후보 단일화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과연 한덕수로 단일화를 하면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한덕수를 보면서 골리앗을 쓰러트린 다윗을 떠올린다면 착각이다. 한덕수는 국민의힘을 구할 메시아가 아니다. 한덕수의 고등학교 동창인 유인태의 일갈에 동의한다. “메시아는 무슨 개뿔이 메시아인가.”

박영환 정치국제에디터

박영환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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