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바보들의 행진, 바보의 역사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바보들의 행진, 바보의 역사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바보들의 행진, 바보의 역사

난득호도(難得糊塗)란 똑똑한 척하기보다는 바보처럼 보이기가 더 어렵다는 뜻이다. 난세에 대처하는 중국식 처세술의 고급 표현이라고 한다. 청나라 중기의 문인이자 화가인 정판교(鄭板橋·1693~1765)의 말이다.

물론 바보들은 많다. 나는 누구인가 질문 한번 안 해본 자, 자기가 실은 바보인 줄을 모르는 바보야말로 진짜 바보인 줄을 바보들만 모를 뿐이다. 소년 급제하여 법대 위에 군림하다가 법에 취해 땅 디딜 줄 모르는 자들,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임을 자부하면서 거들먹거리기가 취미이거나 특기인 자들도 그 축에 포함될 것이다. 공당의 후보를 뽑아놓고 스스로 내팽개치며 그 당을 주물럭거리는 쌍바보들도 여기에 추가한다.

바보들은 모두 텔레비전에 우글거린다고 누가 일갈했다는데, 요즘 방송과 신문에 그들의 행각이 고스란히 중계되고 길이길이 저장된다. 바보들의 행진, 지켜보는 씁쓸함은 누구의 몫인가.

한편 바보가 바보라서 바보이겠는가. 바보들이 수두룩하지만 이런 바보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바보의 역사는 유구하다. 바보 온달로부터 시작한 그 역사는 오래고도 오래다. 강물에 반짝거리는 것들 많지만 그 강을 떠받치는 건 물살에 닳은 바보 같은 바닥의 돌들. 그래서 김수환 추기경도, 노무현 대통령도 스스로 바보임을 자처했고 같은 바보와 기꺼이 함께했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바보가 있다.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온몸으로 체득한 노동 현장의 열악함과 부조리를 깨닫고, 친구들과 노동조직을 만들어(1969년 6월26일) 그 이름을 ‘바보회’라 했던 사람. 후배 여공들에게 저녁을 사주면서 정작 본인은 한 술도 안 뜨길래, 왜 너는 바보처럼 안 먹느냐는 주인한테, 나는 먼저 먹었다고 동생들한테 말했기에 다시 먹을 수 없노라고 슬픈 거짓말을 했다는 바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48~1970).

그제는 애니메이션 <태일이>를 다시 보았다. 바보처럼 또 반복되는 어느 한 대목.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뭘 어떻게 해, 그냥 바보같이 사는 거지”라는 자조에 전태일은 말한다. “바보짓을 해서라도 바꿔야지.”

바보들 따위가 바보를 흉내라도 내겠는가. ‘바꾸어 보는’ 이요 ‘바로 보는’ 이의 준말인 바보.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