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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선고 수업이 “편향됐다”는 서울시의원…교실은 정치적 무균실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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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황철규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이 생중계 시청을 허용하는 공문을 보낸 걸 문제 삼으며 "문형배 재판관이 나와서 결정요지를 낭독하고 선고하고 끝났다"며 "진보색을 띄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많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탄핵 선고를 하루 둔 지난달 3일 일선 학교들에 '헌법교육 및 학생생활 안전교육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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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선고 수업이 “편향됐다”는 서울시의원…교실은 정치적 무균실이어야 할까요?

지난달 4일 오전 경남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한국사 시간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지난달 4일 오전 경남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한국사 시간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날 헌법재판소 기능과 역할에 대해 뭘 배울 게 있었죠?”

지난달 23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 시청이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었냐는 질의가 나왔습니다. 황철규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이 생중계 시청을 허용하는 공문을 보낸 걸 문제 삼으며 “문형배 재판관이 나와서 결정요지를 낭독하고 선고하고 끝났다”며 “진보색을 띄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생중계 시청으로) 많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탄핵 선고를 하루 둔 지난달 3일 일선 학교들에 ‘헌법교육 및 학생생활 안전교육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교육청은 “탄핵 선고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학습의 기회가 되도록 학교에서 교육활동에 자율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안내했습니다. 탄핵 심판이 흔히 있는 일이 아닌 만큼 각 학교에서 교육 활동에 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전국 10개 시도교육청이 유사한 공문을 발송하면서 선고 당일 전국의 일부 초중고 학급에선 생중계 시청 전후로 12·3 비상계엄 사태 등 탄핵 선고가 있게 된 계기를 설명하거나 선고 결과를 두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활동들이 이뤄졌습니다.

황 의원은 이러한 교육들이 “편향적 정치교육”이라고 주장합니다. 언론에 보도된 계기교육 사례를 들어 “한 중학교 교사가 탄핵 선고 시청에 앞서서 비상계엄을 설명하고 ‘교실은 극우 방호벽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교사는 수업시간에 탄핵 선고를 시청하며 계엄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자료를 나눠줬고, 수업이 아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와 교실이 일종의 ‘극우 방호벽’이 되어줄 필요가 있다”며 개인 견해를 말했을 뿐입니다.

교육청 확인 결과 해당 수업에서 정치적 견해를 강요한 일이나 교사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황 의원이 문제 삼은 학교와 수업에 대해선 학생이나 학부모 민원이 들어온 적도 없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문제 제기가 있어 수업 중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 있었는지 확인했다”며 “확인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황철규 서울시의원(오른쪽)이 지난달 23일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을 상대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 시청 공문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사진 크게보기

황철규 서울시의원(오른쪽)이 지난달 23일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을 상대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 시청 공문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교육청이 탄핵 선고를 자율적으로 교육활동에 활용하라고 해놓고 중립성 위반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민주시민교육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민주시민을 기르기 위해 학교 구성원과 협의하여 탄핵 심판 선고 방송을 활용해 교육하는 것은 명백한 교사의 수업권”이라며 “황철규 의원의 발언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위배되는 발언으로 현장교사들의 살아있는 민주시민교육을 위축시킨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를 보면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성숙한 비판 능력과 자립적인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민주시민교육 기본원칙을 보장해야 합니다. 헌법의 기본 가치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이해, 논쟁적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의사소통방식 등을 배우는 것이 학교민주시민교육이라고도 정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실에서 탄핵 선고 생중계를 시청한 학생들은 편향성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서울 은평구의 고등학교 2학년 이모군은 “평소엔 뉴스를 보더라도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내 생각을 말할 일이 없었다”며 “탄핵 선고 생중계를 계기로 각자의 생각을 말하며 일종의 토론을 할 수 있었다. 내 의견은 무엇인지, 근거를 어떻게 대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습니다.

이번 계기로 사회적 사안에 대해 학교에서 활발하게 토론하고 싶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A양은 “고등학교 때까지 정치·사회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어른이 된다고 해서 생각이 다른 사람과 건강하게 대화를 나눌 순 없을 것”이라며 “학교에서 이번처럼 실생활에 맞닿은 토론을 하는 기회가 생기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잘못된 논리를 고치는 방법을 모르는 채로 어른이 되는 게 더 두렵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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