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와 한덕수 무소속 후보가 지난 8일 국회 사랑재앞 카페에서 단독 면담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6·3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국민의힘은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문제로 아직 시끄럽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민의힘이 자신을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단일화 작업을 멈춰달라는 법적 분쟁까지 시작했는데요. 국민의힘에선 자체 대선 후보를 선출해 놓고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오늘 점선면은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갈등의 핵심과 그 의미를 짚어봅니다.
점 사실들 : 김·한 단일화 어떻게 되고 있나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 내부 경선을 거쳐 지난 3일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아직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무소속 예비후보’ 신분이에요. 두 사람은 직접 만나 단일화 문제를 협상하고 있지만 매끄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7일과 8일 이틀 연속 만났지만 협상은 결렬됐어요.
김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후보로 대선 후보를 교체하고 싶어한다고 의심하고 있어요. 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습니다.
11일까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후보 등록을 마치고 12일부터는 법적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한 후보는 그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김 후보는 그 이후에도 단일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서로 단일화 과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선 맥락들 : 국민의힘은 왜 단일화를 원할까
이 갈등의 배경엔 사실 ‘윤석열의 그림자’가 깔려있습니다. 국민의힘 내 친윤석열계가 이미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기간에도 한 후보로 단일화를 추진한 정황이 짙어요. 한 후보는 지난 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는데, 그 자리에 친윤계 국회의원 1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선 한창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었는데, 아직 입당도 하지 않은 사람을 지지하러 간 것이죠.
그렇다면 이들은 왜 한 후보로의 단일화를 고집할까요. 한 후보가 김 후보보다 중도층 지지를 얻기에 더 유리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의 지지율이 김 후보의 지지율보다 앞선다는 거예요.
하지만 김 후보는 공식 절차를 거쳐 한 정당의 대선후보가 됐는데, ‘무조건 단일화’를 요구받는다며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어떤 공인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대선후보가 되는 ‘무임승차’란 시각입니다. 김 후보는 “당이 짜여진 각본에 의해 ‘한덕수 추대론’에 나서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며, 정당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면 관점들 : 민주주의 실종된 국민의힘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김 후보와 한 후보는 대선 출마 자체가 기괴한 일”이라며 “윤석열 파면으로 치러지는 대선에 불법계엄 당시 총리와 장관인 국무위원은 나오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짓밟으려고 했던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의힘도, 두 후보도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고 있어요. 단일화 이야기까지 할 것도 없이 두 후보의 출마 자체가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나아가 이번 단일화 논란은 국민의힘이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지키지 않는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사실도 드러냈어요. 정당 내 경선도 엄연한 선거입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등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했던 정치인들이 줄줄이 이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고, 일부 세력의 공작에 휘둘렸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요.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민의힘과 친윤계는 밀실 골방에서 몇몇이 머리를 맞대 모사를 꾸미는 것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대선도 해볼 수 있다고 여겼다면 오산”이라며 “어떤 정치공학도 국민의 상식을 이길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계엄으로 탄핵당한 대통령, 그리고 그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직도 어른거리는 국민의힘. 주권자들이 지켜본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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