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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돕기 위한 파병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등이 "러시아에 대한 위험한 군사적 침공 발상을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공격을 감행한다면" 북·러 조약의 조항과 정신에 따라 "무력사용을 주저 없이 명령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인민의 가장 우수한 아들들은 조국의 명령을 받들고 동맹국의 영토를 자기 조국의 영토로 여기며" 러시아군과 함께 "공동의 적을 격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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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우크라 괴뢰 방치하면 서울 군대도 따라할 것”···파병 정당화

입력 2025.05.11 14:18

북한 매체, 주러 대사관 방문 연설 보도

“조약상 의무 성실히 이행하려는 결심”

“가장 우수한 아들들, 공동의 적 격멸”

전문가 “러시아의 보상을 통해 정권 지지도 강화”

딸 주애도 동행 …“미래세대로 이어지는 동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을 맞아 9일 오전 딸 주애와 함께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을 맞아 9일 오전 딸 주애와 함께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돕기 위한 파병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북·러 동맹관계의 지속성을 강조하면서 러시아로부터 파병의 대가를 얻어낼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이 전날 러시아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평양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진행한 연설 전문을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대사관 방문 소식과 김 위원장의 축하 연설을 각각 1면과 2면에 실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파병이 자발적 결정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나는 조약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려는 결심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동지와 신속히 공유했고, 우크라이나 신나치 강점자들을 격멸 소탕하고 쿠르스크 지역을 해방할 데 대한 명령을 하달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조약은 북·러 정상이 지난해 6월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말한다.

김 위원장은 파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무력의 참전과 관련해 헐뜯고 있는 자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들이 러시아의 영토를 침공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행하지만 않았다면 우리의 검과 창에 무주고혼(제사 지내 줄 후손이 없는 영혼)의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참전은 정당한 것이었으며 이는 우리의 주권적 권리 영역”이라고 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양국 조약 등에 근거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크라이나 괴뢰들이 핵 대국의 영토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노골화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둔다면 그들은 필경 더욱 분별없이 겁 없는 행동에 용감해질 것”이라며 “그러면 미국의 특등 앞잡이인 서울의 군대도 무모한 용감성을 따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잘못된 위험한 현상들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를 책임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추가 파병 등 군사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미국 등이 “러시아에 대한 위험한 군사적 침공 발상을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공격을 감행한다면” 북·러 조약의 조항과 정신에 따라 “무력사용을 주저 없이 명령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와 동맹 지속성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인민의 가장 우수한 아들들은 조국의 명령을 받들고 동맹국의 영토를 자기 조국의 영토로 여기며” 러시아군과 함께 “공동의 적을 격멸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을 “나의 가장 친근한 벗이며 동지”라고 부르며 우의를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두 나라사이의 혈맹관계가 앞으로 변함없이 계속 이어지고 모든 방면에서 자기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완벽히 발휘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를 러시아에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러시아를 “동맹”으로 부른 것은 7번, “형제”라고 부른 것은 9번이었다. “피로써 조·로(러) 동맹관계의 굳건함을 증명”했다는 등 양국 관계가 “피로써” 맺어졌음을 강조하는 표현이 3번 등장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 전승절에 불참한 대신 러시아 대사관에 방문해 북·러 동맹을 과시했다”며 “러시아로부터 군사적·경제적 보상을 통해 정권의 지지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특등 앞잡이인 서울의 군대’라고 언급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남한 배후에 미 제국주의가 있다는 논리”라며 “미 제국주의로부터 영토 수호를 위한 사회주의 국가들간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북·러동맹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대사관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딸 주애를 두고 “존경하는 자제분께서 동행하시였다”고 전했다. 전날 통신에 실린 김 위원장의 러시아 대사관 방문에 관한 최선희 외무상의 발표문에는 “가장 사랑하는 따님”이라는 표현이 처음 쓰였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패턴을 보면, 주애는 대체로 ‘미래세대의 안전’ 등 ‘미래’를 상징하는 배경에서 등장했다”라며 “이번에도 ‘미래세대로 이어질 북·러 동맹관계’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주애가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북한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은 러시아 측에 공동 축하문을 보냈다. 이들은 축하문에서 “5월9일은 조선(북한)과 러시아 두 나라 인민의 공동의 명절”이라며 “싸우는 러시아, 승리하는 러시아의 곁에는 언제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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