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11일 당의 6·3 조기 대선 후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했다. 친윤계 지도부가 주도한 후보 바꿔치기 ‘심야 쿠데타’를 당원들이 막아낸 결과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이후 8일간 전개된 후보 단일화도 파멸적 막장극을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망동을 저지하던 지난해 12월3일처럼 이번에도 시민들이 사태를 바로잡은 것이다. “세계 민주 정당사에서 전무후무할 흑역사”(안철수 의원)라는 평이 과하지 않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는 것이 마땅하다.
9일 밤부터 10일 밤까지 벌어진 후보 교체 난동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부인했다. 권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9일 자정 무렵 비대위와 당 선관위 의결로 김 후보 자격을 전격 취소한 뒤, 10일 새벽 3시부터 1시간 동안 후보등록 신청 공고를 받아 전격 입당한 한덕수 후보를 단독 후보로 세웠다. 비공개 샘플링 여론조사를 자격 취소 근거로 삼는 등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했다. 하지만 10일 밤 전 당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후보 바꿔치기 막장극’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번 사태는 무대만 정당으로 바뀌었을 뿐 윤석열이 벌인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와 본질은 동일하다. 당원들의 후보교체 저지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계엄 세력과의 절연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가까스로 후보 자격을 되찾은 김 후보가 이번 사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내란 세력과 절연해도 모자랄 판에 선거 실무를 총괄할 사무총장에 계엄을 옹호해온 박대출 의원을 내정한 데 이어 청산 대상인 한 전 총리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제안했다. 대통령 선거를 계엄과 내란을 옹호하는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심산인지 묻고 싶다.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적극적 단일화 공약을 내세워 선출된 뒤 약속을 져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강압적 후보 교체의 명분 중 하나가 김 후보의 극우적 언행에 대한 당내의 우려에서 비롯됐다. 당원들의 정당 민주주의 수호를 자신에 대한 ‘지지’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김 후보가 할 일은 자명하다. 국민의힘이 정치 세력으로 재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 내란 세력과 잔재의 철저한 청산임을 자각해야 한다. 당내 요구대로 윤석열을 출당시키고 그 세력과 절연해야 한다. 아울러 윤석열 탄핵에 반대했던 과오를 사과하고, 전광훈 목사 등 극우세력과도 절연해야 한다. 김 후보가 행동으로 ‘민주주의 존중’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국민 통합도 대선도 말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