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대한 민심이 분노로 용솟음치자, 서울고법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6월18일로 전격 연기했다. 법원은 지난 7일 기자단에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하여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함”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결정조차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초에 집행관 송달을 경기도와 서울로 신속하게 보내고, 2주 만에 재판기일을 잡았는지부터 의문이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다른 음흉한 꼼수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대법원 사태로 법원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법원이 대선에 개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불안은 신뢰를 흔들고, 재판은 불신의 대상이 되면서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그 결과 법치는 무너지고, 법원은 개혁의 대상이 된다. 대법관을 30명으로 증원하자는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대법관들이 공정하게 파기환송 결정을 했는지 짚어볼 대목이 많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대법관 10명이 이틀 동안 6만페이지의 전자기록을 다 열람했는지, 열람 소요 시간 등 모든 로그 기록을 공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법관 전원이 사건기록을 이틀 만에 전자적으로 열람한 뒤 전원합의체를 통해 충분한 숙의를 거쳤다는 대법원 측의 국회 답변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그 이후 사법정보공개 포털에 ‘2025도4697 사건‘(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로그 기록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기록 열람자명, 열람 시작 및 종료 시간, 열람 페이지 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청이다. 이 정보공개 청구는 3만건이 넘었고, 이는 사법부에 20년간 접수된 총 건수의 몇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공개 요구 서명도 100만명을 넘었다. 사법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법원행정처가 이 청구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거나 비공개 처리를 한다면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청구 내용이 대부분 절차적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라 내부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 법원이 검찰·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한 사례들을 보면, 로그 기록 등 단순 정보는 당연히 공개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보공개 청구와 서명에서 보듯 국민적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대법원은 이런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책임에는 명확한 사과와 사퇴가 뒤따라야 한다. 최악의 불공정 재판을 지휘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는 필수적이다.
서울중앙지법 모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법관의 독립성에 대한 대법원장의 침해가 이토록 노골적인 적이 있었는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지고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시민들이 느끼는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다.
대선을 마친 후 진상조사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헌법 24조(선거권), 25조(공무담임권)가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대표적인 사례다. 참정권은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혈액과 같은 것이며, 이 가치가 침해되면 독재국가 탄생의 길이 열린다. 만약 1당 후보가 없는 대선이 현실화했다면 ‘12·3 내란 사태’보다 더 깊고 강한 사회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국회는 특검, 국정조사, 청문회 등 모든 수단을 써서 이번 사태의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특히 4월22일 조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는데 여기에 외부적인 관여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이번 대선은 12·3 내란 사태를 종식하고 심판하는 선거이다. 국민의 선택을 막는 그 어떤 움직임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민심이 천심이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