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온실가스 집계 오류
정부 ‘과다 할당’ 세수 손실
환경단체 “초과분 회수를”

정부가 7년간 민간 석탄화력발전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거 국가 통계에서 누락한 결과, 다량의 탄소배출권이 기업에 과다할당된 사실이 확인됐다. 최소 3000억원대 배출권이 발전 기업에 무상으로 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환경단체 플랜1.5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설명자료’를 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2016~2022년 민간 석탄화력발전사의 석탄 소비량을 온실가스 집계에서 누락해 환경부가 전환(발전) 부문 기업에 총 2520만t의 탄소배출권을 과다할당한 것으로 산정됐다.
환경부는 산업부가 작성한 통계에서 강원 일대 GS동해전력, 고성그린파워, 강릉에코파워 등 민간 석탄발전사가 배출한 온실가스량 8300t이 국책연구기관 실수로 누락됐다며, 그간 집계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1월 수정했다.
국가 통계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온실가스 국가 배출량은 향후 기업들에 얼마만큼의 탄소배출권을 나눠줄지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정부는 일정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기업들에 나눠주고 이 권리를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말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확정하고, 이 기간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권 허용량을 6억970만t으로 정했다. 이때 민간 석탄발전사 온실가스 배출량이 누락된 2017~2019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으며 발전 부문 배출량이 과소 측정됐다.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 목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앞선 계획기간 탄소를 적게 배출했다면, 다음 기간 동안에는 배출권 할당량이 늘어나도록 산식이 설계돼 있다.
민간 석탄발전소 배출량이 누락되면서 2021~2025년 발전 부문 기업에 과다할당된 배출권은 매년 480만~520만t이다.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등 발전공기업들이 주로 해당한다.
정부는 발전 부문 배출 허용 총량을 정한 후 이 중 90%를 무상 할당해왔다. 잘못 산정된 2520만t에 당시 배출권 평균가격인 약 1만3000원을 곱하면, 발전 부문 기업에 공짜로 나눠준 배출권 가격은 3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세수도 손해를 봤다는 뜻이 된다.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배출권이 가격 하락에 미쳤을 영향을 고려하면 세수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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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지난 4월 산업부를, 산업부는 발전공기업 5사를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다. 환경부는 5월 내 기업 할당량 조정 등 세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을 세웠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할당계획을 변경하지 않거나, 과다할당된 배출권을 회수하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권 활동가는 “환경부는 올해 안에 할당계획을 변경하거나 2026년부터 시작될 제4차 계획기간에서 배출권을 사전공제하는 등 기업에 잘못 나눠준 배출권을 적극적으로 돌려받아야 한다”면서 “예비분을 대신 축소하는 등 ‘기업 봐주기’를 하며 흐지부지 넘어가선 안 된다”고 했다. 이용우 의원은 “3기 계획기간 내에 부당하게 초과 배정된 배출권을 반드시 회수한 뒤 4기 배출권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