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수빈 기자
토지 매매 과정에서 매수인이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세금감면 여부에 착오가 있어 추가로 부과된 소득세 또한 매수인이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매수인들은 1억원대 추가 양도소득세를 매도인에게 지급하게 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매수인들을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5일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충북 진천군 소재 토지를 9억4000만원에 파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서 특약사항에는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다음 해 토지 매수인들은 양도소득세와 양도소득분 지방소득세 등 총 9915만원을 신고한 후 A씨 측에 이를 지급했다. 이는 A씨가 조세특례제한법상 ‘농지 소재지 8년 거주’라는 세액감면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계산한 금액이었다.
그러나 세무 당국은 A씨가 ‘농지 소재지 8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A씨에게 양도세 1억7525만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매수인들에게 알렸으나, 매수인들은 이에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추가 세금을 낸 뒤 매수인들에게 계약에 따른 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 확인서에는) 양도소득세 신고·납부 과정의 모든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이 사건 토지가 세액감면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양도소득세를 신고할 책임은 피고들에게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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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원고가 감면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양도소득세까지도 부담할 의사로 이 사건 특약사항을 정하거나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올바르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특약사항은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다’는 것이고 문언상 객관적 의미는 ‘토지 매매로 인해 원고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전부를 피고들이 부담한다’는 것임이 명확하다”고 했다. 이어 “원심은 매매 당시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양도소득세 규모에 관해 사전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들어 특약사항의 내용을 문언과 달리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