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박민규 선임기자·성동훈 기자
대선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1순위 공약으로 ‘경제 성장’을 내걸었다. 중도 보수 기조를 앞세운 이 후보가 분배보다 성장에 힘을 실으며 주요 후보들의 경제 정책 방향이 전반적으로 ‘우클릭’한 양상으로 평가된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21대 대선 후보들의 ‘10대 공약’을 보면 이 후보와 김 후보는 각각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 “자유 주도 성장,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1순위 공약으로 제시했다. 두 후보 모두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것이다.
이 후보는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늘리고 민간의 AI 투자를 100조원까지 확대해 세계 3대 AI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국가 첨단 전략 산업에 대한 대규모 집중 투자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기업 투자에 소득세·법인세를 감면하는 “과감한 세제 혜택”을 제시했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경제 정책 기조인 분배 대신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 후보가 지지 외연을 넓히고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갖추고자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는 의도도 담겼다. 진성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이날 “무능한 정권이 AI·반도체 등 신성장 동력을 사실상 방치해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연구·개발(R&D) 지원 예산 확대를 공약한 것도 무관치 않다.
김 후보는 민간과 기업의 자율성을 높여 성장을 유도하는 ‘자유 주도 성장’을 내걸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신산업 분야 규제 철폐를 약속했다. 법인세·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주 52시간 근무 규제 개선,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를 통한 산업용 전기료 인하 등 기업 활동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며 민간과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해온 그간 보수 진영의 경제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반대해 추진한 ‘민간 주도 성장’과 큰 틀에서 유사해 보인다.
조기 대선을 초래한 12·3 불법계엄 관련 공약은 상반됐다. 이 후보는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을 내걸고 대통령의 계엄 선포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와 국방 문민화, 군 정보기관 개혁 등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한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극우 일각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해온 입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정부 부처를 19개에서 13개로 통폐합하고 안보·전략·사회부총리를 도입하는 ‘정부 조직 개편’을 1순위 공약으로 제시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1순위 공약으로 상속·증여세 90% 인상, 순자산 100억원 이상 보유자에 ‘부유세’ 부과 등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