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델 주우재가 권정열의 기타 연주에 맞춰 십센치(10CM) ‘너에게 닿기를’을 부르고 있다. 인스타그램 @toreachyou_10cm 계정 갈무리
‘천진난만한 이런 기분도/ 신이 나서 날아갈 정도로 웃었던 날도’
십센치(10CM) 권정열의 기타 연주 위로 모델 주우재가 노래를 부른다. 예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주우재이기에 ‘웃긴 영상이려나’ 싶은 것은 잠깐이다. 청량하고 담백한 음색이 뭇 사람을 놀라게 한다. 지난 3월6일 발매된 십센치의 ‘너에게 닿기를’ 홍보 쇼츠(짧은 영상)의 한 장면이다.
주우재와 권정열의 협업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인스타그램 릴스 형태로 올라온 원본 영상이 유튜브 쇼츠 영상으로 재가공·확산되면서다. 한 쇼츠는 12일 기준 유튜브에서 조회 수 737만 회를 기록했다. 댓글 창에는 완곡을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인기에 힘입어 두 사람은 지난 10일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 듀엣 무대를 선보였다.

모델 주우재가 10일 MBC <쇼! 음악중심> 방송에 출연해 ‘너에게 닿기를’을 부르고 있다. MBC 유튜브 갈무리
음원 발매 후 바이럴(viral) 마케팅을 위한 숏폼 챌린지는 상수가 되어버렸다. ‘챌린지’라는 말을 들으면 아이돌 가수들이 서로의 하이라이트 안무를 추는 영상이 자동으로 연상될 정도다. ‘너에게 닿기를’ 홍보 영상의 흥행은 ‘의외의 조합’이 과포화된 챌린지 시장에서 눈에 띄는 방법의 하나라는 걸 보여준다.
신곡을 다른 가창자가 부르게 하는 숏폼 마케팅은 지난해 말부터 밴드계를 중심으로 시도됐다. 밴드 소란은 지난해 12월 ‘목소리’ 발매 당시 공식 유튜브 계정에 권정열·데이식스 영케이·폴킴·스텔라장 등 가수 10여 명이 신곡을 짤막이 부르는 영상을 올렸다. 걸그룹 아이브는 지난 2월 ‘REBEL HEART’를 발매하며, 밴드들이 자신의 음악 색깔에 맞게 곡을 편곡해 부르는 ‘밴드 챌린지’를 선보였다. 십센치·데이브레이크·소란·유다빈밴드 등이 참여했다.
다양한 가수의 목소리로 노래를 들어 곡에 질리지 않으면서도, 멜로디가 귀에 익게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십센치의 이번 프로모션도 그 연장선에서 진행됐다. 인스타그램에 별도의 챌린지 계정(@toreachyou_10cm)을 만들어 아이브 레이·세븐틴 도겸·다비치 이해리·YB 윤도현 등이 ‘너에게 닿기를’을 부르는 영상을 올렸다. 그중에서 가수가 아닌 주우재의 커버 영상이 화제가 된 건, 예기치 못하게 잘 부른 커버에서 시청자들이 의외의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성공한 챌린지는 곡의 장기 흥행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발매된 지 두 달이 넘은 ‘너에게 닿기를’은 이날 멜론차트(오후 4시 기준)에서 가수 제니의 ‘like JENNIE’를 밀어내고 TOP100, HOT100, 일간 1위에 올랐다.
[OFFICIAL] #1999챌린지 by NCT-Ballet
NCT 마크가 지난 4월 발매한 솔로곡 ‘1999’는 챌린지에서 틀을 깨는 요소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예시다. 하이라이트 안무를 챌린지화 하는 기존 아이돌과 달리, 마크는 코믹 페이크다큐 성격이 짙은 유튜브 채널 ‘디바마을 퀸가비’에 출연해 가상 그룹 ‘NCT-발레’의 일원으로 분했다. 이날 기준 179만회를 기록한 그의 출연 영상은 ‘1999’ 음악에 힙합과 발레를 접목한 ‘힙레’ 안무를 만들어 추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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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을 강조한 기존 안무와 달리, 노래에 맞는 듯 안 맞는듯한 과장된 안무는 우스꽝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를 진지하게 추는 마크와 댄서 가비 등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 영상에서 만들어진 ‘힙레 챌린지’는 1999 본래 안무보다 더 폭발적으로 바이럴되며 유행했다. 일반인이 따라하기 힘든 안무를 멋있게 추는 기존의 아이돌 챌린지 문법을 깬 결과다.

‘디바마을 퀸가비’에 출연한 NCT 마크. 유튜브 갈무리
쇼츠의 영향력이 큰 만큼, 한 끗 다른 챌린지를 위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음악은 일단 노출되고 사람들에게 익숙해져야 생명력이 생긴다”며 “십센치도, 마크도 음악을 각인시킬 수 있는 영리한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K팝 업계가) 단순히 품앗이하듯 서로의 춤을 추는 것을 넘어, 재치 있는 바이럴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고 평했다.